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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Sep 08. 2024

문어숙회를 선물로 받았어요

선물은 언제나 좋아~

“오늘 택배 하나 갈 거야.”

“무슨 택배?”

“지점장님이 직원들에게 하나씩 보내셨다는데 잘 몰라 받고 말해줘 봐.”


회사에서 일하던 남편이 점심시간에 전화가 왔다. 택배 하나가 갈 거라며 남편도 택배 내용물은 모르는 듯했다.

더 궁금해. 뭘까?

지점장님이라는 무게는 상당히 무거운 자리인 듯하다.

점심시간에 가끔가다가 직책 있는 직원을 모아 데리고 나가 아주 좋은 점심을 사주신다.

그럴 때면 남편은.

“오늘 정말 맛있는 점심 먹었다.” 라며 자랑하듯 말한다.

“제발 그럴 땐 나 좀 불러.”

“왜 불러?”

“난 그 옆자리에서 조용히 먹기만 할게.”

“안돼~”

남편은 나의 농담을 구분 못한다.

결혼 20년이 지났어도 혹시나 저렇게 말하는 부인이 진짜 달려와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부인입니다. 같이 밥 먹겠습니다.” 라며 앉아서 밥이나 먹을 철판 두꺼운 여자로 알다니.

그럴 때면 난 더 신이 나서 남편에게 말한다.

“다음엔 꼭 불러줘. 금방 달려갈 수 있어.”


그런 지점장님이 이번에는 직원들에게 선물을 보내셨다니 그게 무얼까. 하루종일 집안 청소를 하던 나는 택배를 기다렸다.


택배도착문자는 나에게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주문자가 아니기에. 내가 그 회사 직원이 아니니깐.

나는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두꺼운 운동화로 갈아 신고 현관을 나섰다.

작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뮬운동화를 신고 나가 걸었는데 어느 날부터 발 뒤꿈치가 깨질 듯이 아프다.

제대로 된 장비를 장착하고 해야 하는 것이 운동이다.

그 뒤로는 운동화를 제대로 신고 만보 걷기를 한다.

그래서 그렇게 현관을 나갔을 때 긴 복도에 하얀 스티로폼 박스의 택배가 덩그러니 주인을 찾아 기다리고 있다.

그 주인은 바로 나.

“너구나. 지점장님이 보낸 택배가 너야~ 그렇지?”

혼잣말이 많아진 아줌마다.

대답도 없는 택배는 나의 손에 이끌려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스티로폼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언박싱해 보니…

바로 나타난 건 아이스팩과 함께 익은 문어가 예쁘게 파마하듯 끝부분이 말려 누워있다.

“문어야, 너 펌 참 잘됐다. 정말 한 달 전에 펌한 이 언니보다 잘 됐어.”

또 혼잣말로 문어에게 말을 거는 아줌마다.

두툼한 문어의 다리는 아직 얼려있던 그 상태로 잘 보존된 채 배달되어 도착했다.


사진을 찍고 남편에게 보냈다.

“오빠, 문어였어. 정말 엄청 큰 문어. 용궁에나 있을법한 엄청 큰 문어라니깐.”

“응 직원들도 받았다고 지금 얘기하고 있었어.”

“얼른 와, 내가 예쁘게 썰어놓을게.”

나는 만보 걷기를 잠시 미루고 깜빡 잊은 단백질 보충을 하기로 했다.

“아 맞다. 걷기 전에 꼭 단백질 보충하랬지!”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문어 다리 하나를 어슷 썰었다.

문어는 살짝 얼렸을 때 썰어 먹어야 맛있다고 하지 않는가!

센스 있게 동봉된 초장에 쿡 찍어 맛을 보았다.


쫄깃하면서 담백한 문어맛을 내가 굳이 표현해야 하나?

엄청 큰 문어라 다리 하나도 엄청 굵고 양이 많다.

하교해서 오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문어 다리 하나씩을 잘라 간식으로 주었다.


“이거 아빠가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지점장님이 집으로 직접 보내주신 선물이야. 상같은거야.”

이럴 때 아빠를 더욱 띄워준다.


“와. 정말 최고다. 너무 크고 맛있고 부드러워요.”

”그래 그런 표현 좋다. 이따 아빠 퇴근해서 오시면 그대로 한번 더 하자 오케이? “

아이들에게 아빠 기분 좋으라고 문어 칭찬을 한 번 더 하는 걸로 계획을 잘 세워둔다.

문어다리 8개와 머리 부분까지 알차게 며칠에 나누어 잘도먹었다.


다른 직원들은 소주니 맥주니해서 안주로 먹었다는데.

우리 부부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

순수하게 간식으로 알차게 먹어버린 것이다.

선물은 언제 어느 때 받아도 참 좋다.

“오빠, 저 문어 얼마일까?”

“응 회사에서 얘기했는데 한 마리에 15만 원짜리래.”

“15만 원?”

“응. 진짜 비싸지”

“15만 원이면 연어가 더 좋지 않을까? 코스트코에 연어회 8만 원이면 엄청 커.”

어쩔수 없는 가성비 따지는 아줌마다.

“네가 15만 원에 문어 못 사 먹을 것 같으면 선물로 줬을 때 맛있게 먹음 돼.”

“그건 그렇네.”


난 내가 돈 주고 못 사 먹을 크기의 문어를 그렇게나 맛있게 먹어봤다.




선물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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