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교수의 인터랙션 Aug 06. 2022

학생들의 성적 불만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이유

방어가 아닌 공감으로-


내가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맞이하고 싶지 않은 순간 중에 하나는 바로, 학생들이 자기가 받은 평가에 불만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이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에서 학생들은  3번의 개인발표, 1번의 팀 발표를 한다. 발표라는 것이 무슨 공식이 있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기 중에 최소 5명 정도는 자기가 받은 점수에 불만을 가지고 나에게 office hour(교수와의 면담시간) 요청한다.


과거의 나는, 학생들이 이렇게 찾아왔을 , 최대한 철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준비를 했다. 그들이 무슨 말이 하는지가 뻔했기 때문에, 내가 준비한 말들도 너무나 자명했다. “Let me tell you why you’ve got that grade. Here’s why..” (네가   점수인지 말해줄게.— 최대한 이성적으로, 감정없이말이다)


전체 반 평균을 제시하면서 그 학생의 현 위치를 일깨워 준다던지,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학생이 실수한 부분을 지적해주며 점수를 더 깎았을 수도 있었는데 봐준 거라며 고마워하라는 식으로 넌지시 얘기한다던지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더 이상 교수와 논쟁을 할 수 없게 된다. 혹시나 하면서 점수를 약간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왔다가 풀이 죽어서 알았다며 되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무사히 돌려보냈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했었다. 그렇게 돌아간 학생들은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가슴속에 남아있기에 나중에 수업시간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힘들었던 시기에 명상과 감정 공부를 통해 나를 돌아보며 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인정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가까이로는  남편과 5 딸아이,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학생들. 그중에 하나가 학생들이 나에게 성적 이의를 제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용기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부터, 나에게 찾아와서 자신의 성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을 일단 말을  는다. 그리고 내가 처음 한 말은,


“I can tell that you were disappointed by the grade on your work.” ( 성적에 대해 속상하구나-)


바로 그들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었다. 나의 목소리와 눈빛으로 함께 그들의 마음을 그렇게 읽어주자마자 아이들의 불안하고 방어적인 눈빛이 한결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듣는다. 자기가 열심히 연습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I know how hard you tried in your presentation. I really liked when you did well on ….” 하면서 그들이 잘한 부분에 대해서 같이 인정해주고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I know you can do much better. And here are the areas for success/improvement… ”

잘할 부분을 먼저 인정해주고,  연장선 상에서  잘할  있는 부분을 보완한다면 정말 좋아질 것이다라고 하니 학생들이 더욱 귀담아듣는다. 이미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다음부터는 대화가 수월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안한다.


“For the next presentation, I am willing to help you if you can prepare a little bit early and ask for my comments on your work.”


다음번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준비를 미리 해서 온다면, 언제든 먼저 리뷰해주고 코멘트를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더 잘하고 싶은 기대감이 생기고 내가 먼저 봐주겠다고 하면 오히려 고마워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더 남아있으니 남은 기회들을 더 잘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서로의 진심이 오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 후로도 수업시간에서도 더욱 연결된 느낌이 든다. 학생들의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에, 나 역시 더욱더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학생들이 바로 그런 학생들이다.


그 후로는 학생들이 성적과 관련하여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그들의 연약한 마음을 전하려 오는 학생들의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전 01화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