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당시의 고통은 어마어마했지만 아이가 100일이 되면 잊히기는 한다. 다시 낳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달까. 그 고통을 3년이 지나면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다가 ”또 하나 낳을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출산의 망각보다는 저주라고 부르고 싶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다시 반복하려고 하다니.
아이는 낳고 싶은데 출산이 너무 두려운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히프노버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친구는 히프노버딩을 출산 전 3개월 전부터 매일 연습을 했고, 실제 분만 시 고통이 없었다고 한다. 정말일까.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셋째에는 반드시 히프노버딩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히프노버딩은 최면출산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지금은 절판되었지만)이라는 도서를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다.
최면이라고 하면 최면가가 목걸이를 들고 하나 둘 셋 하면 잠이 들어서 무의식에 세뇌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어딘가를 방문해서 최면가에게 받아야 하는 의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히프노버딩에서 최면가는 산모 자신이다.
우리는 자연히 사회문화, 경험적으로 출산은 고통스러운 거야라는 것으로 세뇌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출산의 고통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출산 전 세뇌되어 있던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오감을 리셋하고 “출산은 평화롭고 행복한 거야.”라고 세뇌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매일 밤, 어두운 조명을 켜고, 좋아하는 향초를 피우고, 편안한 음악을 켠다. 부드러운 옷을 입고(이 옷은 출산할 때 입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초콜릿도 하나 입에 넣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내어 보아도 좋고, 나는 몇 가지 긍정적인 문장을 배운 데로 밤마다 노트에다가 끄적거렸다.
“나는 나의 몸을 믿는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모든 방법을 알고 있다.”
“출산은 아름다운 일이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히프노버딩 수업을 들으면 호흡법도 알려준다.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호흡법이 많이 나온다. 가진통 때의 호흡법과 진진통 때의 호흡법을 모두 매일 연습한다. 이 모든 것을 출산 3개월 전 정도부터 반복하며, 스스로에게 출산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최면을 거는 것이다.
위에 연습했던 동일한 상태를 출산하는 장소에도 제공한다.
최면출산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제공하는 병원이 아닌 이상 이런 환경을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개인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해도 되는지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조산원이라면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내가 수강한 교육은 영국온라인프로그램 긍정출산교육이다. 영어로만 제공된다.
교육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받을 여건이 안된다면 매일 스스로 히프노버딩의식을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경험한 히프노버딩의 효과는 이렇다.
심신의 안정을 돕는다.
임신기간 동안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출산을 기대하게 해 준다.
좋은 음악과 향기 등으로 행복한 태교가 되었다.
호흡법을 연습할 개기가 된다. (첫째 때 유튜브 몇 개를 찾아보고,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이해했으니까 출산할 때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제왕절개를 하더라도 안정적이고 행복한 상태로 출산에 임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 주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히프노버딩 교육에서도 강사가 고통을 완전히 없애주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릴랙스 한 상태로 아이를 낳는 것과 온몸에 두려움으로 가득 차고 긴장한 상태에서는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를 행복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준다
나는 쌍둥이를 제왕절개로 낳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히프노버딩 환경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내가 다녔던 병원은 수중분만실도 제공해 주는 곳이었지만 선둥이가 역아로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다. 제왕절개를 한다고 해서 출산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진통으로 애를 낳으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아이를 낳게 되지만, 제왕절개는 제정신으로 수술실로 걸어가서 수술대위로 올라가야 한다. 배를 가르러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일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그렇게 두려운 상태에서 심신을 안정시키고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행복하며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왕절개 수술 중에는 마취를 하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수면마취를 진행했다. 수면마취에서 깨어아는 순간부터 고통의 바다에서 한 시간가량 허우적거리는데. 사실 그 한 시간 동안은 히프노버딩이고 머시고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죽겠다. 아프다."라는 말만 연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히프노버딩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태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