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규 Jul 31. 2024

쌍둥이 임신은 뭔가 다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 임신과 다르다. 입덧도 더 심하고 몸무게도 두배로 늘어난다.


임신초기

초기에 넘어야 할 산은 입덧이었다. 쌍둥이임신의 신남이 얼마가지 않아 입덧이 시작되었다. 첫째 둘째 임신과는 비교가 안 되는 메스꺼움이었다. 쌍둥이 임신 초기에는 그저 누워 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나의 불편한 속을 도와주는 것은 리꼴라 사탕이었다. 가방에도 한 개씩 두고 속이 메스꺼워질 때마다 한 개씩 입에 넣어 녹여 먹었다.

첫째도 둘째도 입덧이 심한 편이 아니었다그런데 쌍둥이는 입덧도 두 배였다.


그래도 여전히 입덧이 심한 사람들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나의 입덧은 입맛이 없고 냄새에 민감해져 음식이 안 당기는 수준이다. 속이 매스꺼운 정도. 어떤 이들은 구역질도 하고 그런다던데.


한달 반 가량의 입덧이 끝나고 먹덧이 시작되었다. 먹덧은 떡볶이로 부터 시작되었다. 하루 1일1떡볶이를 했던듯 하다. 그러다 태명을 떡이와 뽁이로 정했다. 떡볶이 먹덧은 2주만에 끝났다. 다행히.


임신중기

중기는 별 탈 없이 스무스하게 먹고 싶은 것 먹고 잘 쉬었다. 다른 임신과 다르지 않았다. 몇 년간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춘천여행도 다녀오고 일본도 갔다. 정말 마구마구 먹었다. 출산하면 한동안은 외식은 꿈도 못 꾸니 회포를 풀자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쌍둥이 임신의 중기는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이다. 20주차부터 이미 말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일본여행 임신 15주 사진, 춘천 여행 임신 19주



후기가 시작되자 30주가 되자 걷는 것도 어려워지고 양말신기라던가 발톱깎이는 할 수 없었다. 산책은 10분이 한 개였다.


이쯤 되니 블로그에 올라오는 쌍둥이 임신에 대한 글들을 매 주별로 읽었다. (일부러 참고 참아서 딱 30주면 30주 글만 읽었다. 그 주가 닥쳤을 때 읽는 쾌감 같은 것이 있어서였다.)

역시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은 심각한 내용들이 많다. 임신 중 독 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글이나 33주에 응급출산을 했다는 이야기.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했을 때 기록에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그 영향을 받아서 언제 출산할지 모른다고 지레 겁을 먹었다.


두려움은 독이다. 두려워하면 몸이 더 위축되고 긴장해서 더 핀곤 하고 힘들어진다. 그러니 적당히 정보성으로 읽고 넘겨야 한다.

이 것이 28주 쌍둥이 배 사이즈다....!

임신후기

32주에는 온몸이 저리고 피곤하고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경험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병원에 내원했더니 눈떨림으로 섭취하기 시작했던 마그네슘 때문일 것 같다고 의사가 말했다. 마그네슘은 근육을 풀리게 하는 영향을 주니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33주 검진을 받았을 때 두 아이 모무게 합이 이미 4kg에 육박했다. 그리고 선둥이가 초음파에서 역아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35주에도 역아로 있을 시에는 제왕절개날짜를 정하자고 하셨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대다수 쌍둥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자연분만을 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으니 마음이 더 깔끔해졌다. 나의 담당의사는 언제나 덤덤하고 차분하게 설명해 주신다. 그러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진다.


몸 상태에 이상을 느낄 때마다 병원에 내원했다. 그럴 때마다 의사의 괜찮다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다.


몸이 무거워지고 나서부터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혼자 쉴 때마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만 쳐다보았다. 하루 4-5시간을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쌍둥이에게 좋은 태교는 아닌 거 같아서 멈추기로 결심했다. 손목이 아파서 책 읽기가 힘드니 이 잉크 전자책을 구매했다. 그러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점점 걸을 때마다 골판이 찌릿찌릿하고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걸음걸이는 뒤뚱뒤뚱 펭귄이 친구 하자고 할 것 같다. 배꼽 주변은 피부가 늘어나서 하얀 반점이 생겼다. 33주까지는 튼살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출산하자마자 튼살이 엄청나게 나타났다....)


몸무게가 11kg 증가했다. (쌍둥이치곤 많은 증가량은 아니지만) 잠을 자면서 코를 심하게 골기 시작했다. 너무 코를 심하게 고니까 나도 모르게 내 코 고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실리콘 비강확대기와 마우스패치를 구매했다. 이것들이 코를 골지 않게 도움을 주었다.


잠을 자다가 꼭 화장실에 2번을 가야 했다. 최대한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서 밤 7시 30분 이후에는 액체는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말기 때는 얼른 애를 낳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36주까지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왼쪽으로 누워도 오른쪽으로 누워도 불편했다.


막바지에는 하루하루 카운트 다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집에서 첫째랑 둘째랑 방바닥에 앉아서 그림 그리고 쿠키 만들고 계속 쉬고 낮잠 자고 고기 많이 먹고 시간아 흘러라 하며 지냈다.

쌍둥이 막달 엄마의 낙이라면 병원에 가서 쌍둥이들 초음파로 건강한지 확인하는 거다.  

막달검사


35주 막달 검사 하러 다녀왔다. 오늘부터 주 1회 병원에 가는데 또 언제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병원 도착하자마자 소변검사-혈액검사-심전도검사-엑스레이-태동검사를 진행했다. 40여분 가량 진행했다.

의사 상담 후 초음파로 아이들을 확인했다. 아이들은 2.4/2.3 아주 잘 자라고 있었다.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제왕절개 수술에 대한 안내까지 받으니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

내가 다닌 병원의 의료진분들이 너무 전문적이고 침착하시고 친절하시고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다.  기다림도 없고 여유로워서 정말 병원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고른 것 같다.

30주 들어서면서 한 주 한 주 다르게 무거워지는 몸 때문에 빨리 낳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태어나도 고생이라는 생각에 그냥 무겁고 힘들더라도 뱃속에 데리고 다니면서 건강하게 키우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제왕절개날짜는 아이들이 38주 되는 날에 잡았다. (의사는 37주에 잡자고 했지만 날짜가 애매했다.)

아이들이 역이라 자연분만은 할 수가 없는 상태다. 그래도 언제라도 돌아준다면 기꺼이 자연분만의 고통을 감내할 생각이다. 건강하게만 잘 태어나 다오.

막달검사 후 몽롱하고 졸린 상태에서 제왕절개에 대한 상담도 진행하니까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만약 제왕절개를 생각 중이라면 미리미리 공부해서 결정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정말 언제 아기가 태어날지 모르니까 말이다.


막달검사 전 미리 공부하고 결정해 놓으면 좋은 것

분만방법 : 정상분반/제왕절개(전신 혹은 하반신마취)

가족분만실 유무

무통시술 : 경막 외 마취, 아로마, 아쿠아감통, 페인부스터

수유 유무

제대혈보관

B형 간염예방접종

불임시술

질성형술

비급여신청 (하이렉스, 메이커튼, 메피렉스보더, 복대, 영양제)

신생아 청력검사

신생아 선천성대사이상검사

신생아 유전자검사

산후조리원유무

백일해, 압박스타킹, 독감접종


결정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물론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아주 잘 답변을 해주시지만 그 자리에 결정하기보다 알아보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나는 일단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되 필요 없는 소비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결정했다.  


당시 미리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은 제왕절개 혹은 출산과 동시에 질성형술과 미레나(피임루프)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알 수 없는 시술인데, 알았더라면 제왕절개로 마취된 상태에서 해버렸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와서 나는 신나게 새로운 정보들과 결정 내려야 할 것들이 대해서 이것저것 쏟아 내며 남편에게 결정거리들을 내 던졌다. 나는 신났지만 남편은 혼란스러웠다. 아마도 머지않아 쌍둥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과 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첫째와 둘째를 어떻게 감당할지 이것저것 어깨가 무거워서였을 것이다.


36주 상태

막달 검사 이후에는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내원을 한다. 오지 말라고 해도 계속 가고 싶다. 혈압이 솟굳힌다. 온몸이 붓는다. 얼굴도 붓고 손도 다리도 붓는다. 압박스타킹을 구매했다.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 24시간 누워있다. 누워있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오른쪽으로 누워도, 왼쪽으로 누워도 바로 누워도 편치 않다. 38주에 제왕절개 날짜를 정한 것을 후회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출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태어나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중에는 다시 뱃속으로 집어넣고 싶어 질걸.


혈압이 너무 높아서 혈압계를 샀다. 문제가 되면 병원에 가야 하니까.

매일 아침 혈압을 측정한다. 아이들이랑 치과에 갔다가 혈압을 측정했다. 볼일이 있어 동사무소에 갔다가 혈압을 측정했다. 왜 산부인과에만 오면 혈압이 나쁘지 않은 걸까. 127/84가 나왔다. 높은 편이나 문제는 아니다. 출산할 때까지 혈압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한다.


마지막 산부인과 내원일 36주 6일.

아기들의 몸무게가 어마어마하다. 선둥이 3.2kg, 후둥이 2.9kg. 이렇게 잘 커도 된단 말인가? 나는 쌍둥이들은 다들 2.5 이하로 태어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건강하게 잘 잘아줘서 정말 고맙다. 아가야들아.



이전 03화 출산이 두렵다면 히프노버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