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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Nov 21. 2024

"셋이서 문학관"을 다녀오다.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내에는 은평구에서 운영하는 한옥체험관을 리모델링한 한옥 형태의 문화공간이 있고, 그곳을 2015년부터 천상병 시인, 이외수 작가 그리고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를 기리는 “셋이서 문학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말이 문학관이지 공간은 2층으로 이루어진 한옥 실내 형태로, 1층은 안내데스크와 사무실, 그리고 책마루라는 작은 서가로 이루어졌으며, 2층에 3인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문학관을 순례하는 과정에 알게 되어 방문했는데, 아쉽게도 이 공간은 올해 11월 24일(이번 일요일)까지만 운영하고 영구 폐관된다고 한다. 대신 은평구에서는 색다른 체험관 형태의 문화공간으로 재개장할 계획이다. 

    

한 공간에 세 명의 위인에 대한 자료가 모여 있지만 한 분마다의 공간이 한옥의 방 한 칸 정도의 공간이므로 말이 문학관이지 다른 문학관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도 그렇게 작을 수 없었다. 너무도 잘 알려진 분들이므로 작가 개인에 대한 소개의 글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단지 작가별 공간에 대한 소개와 사진 몇 장씩으로 문학관 소개를 대신하고자 한다.  

    

문학관 정문 격인 한옥 대문에는 “셋이서 문학관”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옆으로는 담장이 없어서 옆으로도 관람객이 드나들 수 있었다. 1층 전면에는 안내데스크가 있으며 관람 공간은 오른쪽 책마루 서가부터이다. 서가의 책장에는 위의 세 분과 관련한 책뿐 아니라, 다른 책들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식 의자 시설이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오르는 중간에 2인과 관련된 사진 자료가 벽면에 부착되어 있었으며 계단을 다 오르면 2층에 작가의 방이 있었다. 작가의 방에 들어가기 전, 벽에는 셋의 사진과 셋의 캐리커처로 표지가 장식된 <도적놈 셋이서>라는 서적의 표지가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고, 정면에 환하게 웃는 천상병 시인의 얼굴과 함께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는 <귀천>의 시구가 관람객을 맞는다. 작은 방 크기의 공간 가운데에는 천상병 시인의 유물 몇 점이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되어 있고, 삼 면의 벽을 빙 돌아서 <나의 가난은> <강물> <새> <귀천> 시가 걸려 있었다. 그 외에 삐뚤빼뚤한 서체의 육필 원고 몇 매가 함께 게시되어 있었으며, 시인의 사진이 약간 붙어 있었다. 비록 서너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그나마 천상병 시인을 만나볼 수 있어서 마음이 흐뭇했다. 

     

천상병 시인의 방을 나와서 복도 마루 오른쪽에는 이외수 작가의 방이 꾸며져 있었다. 아이 같이 웃는 모습의 이외수 작가가 관람객을 반긴다.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문구 아래 이외수 작가의 사진이 몇 점 걸려 있었다. 공간의 오른쪽 벽면에 크게 시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 게시되어 있었으며, 전면 벽면의 이외수 사진 아래 유리 케이스 안에는 얼핏 눈으로만 보아도 수천 매가 훨씬 넘을 만큼의 육필 원고가 진열되어 있었다. 

     

복도 끝 마지막 방은 중광 스님의 방이다. 전면에 “괜히 왔다 간다.”라는 말과 함께 약간은 찡그린 듯한 중광 스님의 얼굴이 보인다. 시 <나는 걸레> <가갸거겨> 외에도 화가답게 다양한 그림이 함께 걸려 있었고, 유리 케이스 안에 도자기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천상병, 이외수, 중광 셋은 모두 기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다. 천상병 시인은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리며 <귀천>과 같이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이외수는 번득이는 재치와 타고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기인으로 명명되었다. 중광은 승려이며 화가로 ‘걸레 스님’, ‘미치광이 중’을 자처하고 파격으로 일관하며 살았다. 양산 통도사에서 출가했으나 끊이지 않는 기행으로 19년 만에 승적을 박탈당했지만, 선화의 영역에서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본문에 사진을 잘 넣지 않기는 하지만, 이제 며칠 후면 사라질 공간이므로 이 글에서는 특별히 사진을 몇 장 올려보겠다. 



각각의 방 앞에는 작가의 사진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 작가의 공간은 기껏 서너 평도 안 됬다.


벽에는 작가마다 대표적인 시들이 인쇄되어 있었다.

우연히 기회가 되서 찾았지만, 어찌 하다보니 거의 끄트머리 관람객이 되었지 않나 싶었다. 2층을 둘러보고 내려와 다시 들린 1층 책마루 서가에서 그림엽서 몇 장을 꺼내 들고 문학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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