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셀린 Dec 21. 2023

버킷리스트

'도전 앞에 늦은 나이는 없다'


 흐릿하게나마 저승사자를 볼 수 있어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도둑님이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 영태와 정미 가족. 처남과 처남의 여자친구.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아주버니를 위해 막걸리를 사러 온 낮손님과 밤손님. 이장님과 동네사람들 그리고 도회적인 최사장까지. 와우, 멋진 한 편의 공연이었다. 무대는 화사하고 배우들의 열정은 넘쳐나고 마지막 커튼콜의 안무는 흥겨웠다. 음향과 조명, 기술팀은 물론 무대설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스태프들까지 이 공연 한 편을 위해 달려왔다. 무엇보다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을 객석에서 바라보던 감독님.


 드디어 막이 내렸다. 감흥은 여전히 우리들 사이에서 물결치고 사진과 글과 동영상이 단톡방에 올라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와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흐느낌도 들려오는 듯했다. 3개월 반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연습했던 단원들. 커튼콜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잘했어요!', '수고했어요!' 하며 서로를 안아주었을 때 울컥하던 느낌은 아주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큰 배역이든 작은 배역이든 지나온 시간과 여정들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104세 미국 할머니 도로시 호프너씨가 4115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보조보행기에 의지해 생활하는 할머니, 100세 때 첫 도전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라 했다. 기네스북 공인을 마치면 그는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버로 등재된다고 한다. 그 나이에 어떻게 하늘을 날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니 전율이 느껴졌다. 그녀는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소형 항공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점프 대신 하늘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 차림의 일상복을 입었고 귀마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카이다이빙 전문가와 안전띠를 연결하고 뛰어내린 그는 약 7분 후 지상에 무사히 착륙했다. 하늘을 날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나는 묘한 흥분을 느꼈다. 

 “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했을 땐 전문가에게 떠밀려서 낙하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뛰어내리겠다.” 스카이다이빙을 마친 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모든 것이 기쁘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100세 때 스카이다이빙에 처음 도전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그는 105세가 되는 오는 12월에는 생애 첫 열기구를 타며 도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세상에는 나이나 성별이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데? 무엇이 주어지는데? 하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녀가 느꼈을 희열과 성취감은 돈으로는 살 수없을 만큼 크고 강렬했을 거라고 추측해 본다. 

 



 60대 초반인 후배가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했다. 나는 그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금 편히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라 한 방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한때 수영선수였다지만 지금 몇 살인데 스쿠버 다이빙을 한다고! 더 늦기 전에 버킷리스트에 담겨있던 숙제를 풀어볼 참이라 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지방에 있는 스쿠버 다이빙 스쿨에 가서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이 끝나면 내년 1월쯤 따뜻한 필리핀으로 가서 실전에 도전한다고 했다. 산소통을 메고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그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한때 버킷리스트 작성하기가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연극에 도전한 것은 마지막 남아있는 나의 버킷리스트 항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극을 통해 나를 극복해보고 싶다는 욕심이나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생을 살아본다는 거대한 명분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갖고 새해에는 다른 작품으로 세상을 만날 것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셀렘과 즐거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 엄마 아빠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하고 묻는 옆 사람, 나의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으로 다시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