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여인숙 달방
- 김용기
원주역 문을 열고 나가면
A도로 입구 바로 옆에 있었다
졸음 덜 깬 반쪽 눈
조금 더 눈을 붙여 보려고
새벽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봉평여인숙 허름한 문을 두드렸다
취기가 반쯤 남은 술꾼도
몇 안 되는 열차 손님도
싼 숙박비는 좋았다
시장(市長) 바뀐 후 역사(驛舍)는
흉물스러워졌다
새벽이 되어도
손님은 열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장마가 길어졌을 때
봉평여인숙 달방마다
하늘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하루를 공친 사람들
밀린 방세가 겸연쩍어 보였고
낙숫물 소리는 달방사람들 귀에
시간을 꿰는 미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