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늙다
- 김용기
삐지셨다
싸움에서 졌고
화면은 만화영화 차지가 됐다
슬그머니 문 여닫는 소리
아버지 운동화가 길을 나섰다
'이기고 말리라'
요즘 TV 채널권이 자주
고집 센 어린 손자에게 넘어간다
가위바위보를 못 넘겼으니
미운 거다
뜻대로 안 되니 분하신 거다
구부러지지 않는다
TV 쟁탈전은 사소한 것 아니다
패한 후
목소리 높이신 다음에는
천안 가는 무료 열차를 타신다
TV 한 대 넣어드렸다
그것 참, 얼굴 주름이 다 펴진 듯
누글누글
손자와 싸울 일 없으니
방 안에서 웃음소리 자주 들린다
어머니 산소 나들이도
잊으셨다
어린 손자와 다투시다니
일 손 놓으신 후
애 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