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공유지역
- 김용기
법으로 정해졌거나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사춘기 딸이 정한 거실풍경이다
방문 닫힌 집안은 정막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마시러 나올 때처럼
침묵해제는 잠깐이었다
어떤 집은 에덴동산 이라는데
어쩌다가
팬티차림이 급할 때 있는데, 기겁
호들갑 떨 일인가 싶었다
나뭇잎으로 감춘 딸 사진은 모두
치외법권 지역으로 사라졌다
거기는 딸의 방이다
거실이
배타적 공유구역으로 선언되었다
눈에
마음에 거슬리는 일체의 모습은
규제 대상이란다
딸의 식음전폐 해제 조건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소퍼에 누울 수 있는 자유는
당연히 박탈되었고
이 여름 모든 시간이 고드름처럼
얼어버렸다
딸아 어서 커서 대학생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