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 김용기
동네 형 덕분에
입으로 한 몫하던 시절이 끝나자
천덕꾸러기 됐다
힘 없이 우쭐거렸던 정체 드러났고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왝, 한 마디에
오줌 찔끔 싸는 처지는 부실했다
힘이든
겸손이든, 우왕좌왕
기대 살다가
이도 저도 어설픈 투명인간이 되고
뒤처리 담당은 지루했다
맞는 말이지만
아무도 귀담아듣는 이 없을 때
영양가 없이 외로운 날들
어느 날부터
새벽바람 꾸준히 쐬더니 변했다
그의 편 들어주는 곳이 생겼다
작은 시골교회
일명 깍두기 장로
그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