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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원고지

- 가슴이 축축해지다

by 김용기

젖은 원고지


- 김용기



장마철이다

가슴도 눅눅해지고

젖어서

시(詩)가 써지지 않았다

구름을 뚫은 해가

마침 우리 동네를 지나가길래

서둘러 가슴을 내밀었다

축축했던 속은 순식간에

송골송골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잘 말랐다

밤에 다시

시를 쓰기로 작정했는데

TV로 들어간 눈이 오지 않았다

드라마 슬픔에 가슴이 젖었고

쉽게 마를 것 같지 않아서

시를 그냥 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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