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 김용기
절대 이중적이라고 말하지 마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라면
저 상황 견뎌낼 수 있었겠냐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엎드려 울 때
등 두드려 주는 분은 그분뿐이었어
눈이 모니터에 박혀 있으니
그걸 빼 들고 화장실에 갈 수가 있나
꾸역꾸역
앉은자리에서 밀어 넣는 게 점심식사
수 천만 원이
그의 손끝에서 날마다 오르락내리락
환호만 있으면 좋겠지만
절망을 말할 수 없는 게 애널리스트야
그런 그에게
담배 끊으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냐고
아무리 집사지만
공장에서 그녀에게
휴식시간은 약 먹는 시간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건 법칙이야
그러니 고단함은 푸념꺼리도 아니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주는 게 매너
고개를 돌리는 것이 더 큰 고통
시간은 익숙해졌고
담배는 그 집사님에게 약이었던 거야
너라면
너라면 끊을 수 있었겠지만
비교하지 마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