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소묘

by 김용기

초겨울 소묘


- 김용기



기러기 날개가 모은

늦가을 센 바람은 더러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떨어졌고

철 모르고 나섰던 늦은 개망초는

얼어 죽었다

문고리를 당겼을 때

책상 위 잉크가 부들부들 떨던 날

어느 자발없는 사람의 청첩장은

한겨울임을 몰랐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쓸데없는 원망은 추위보다,

위층 아이들 뜀박질하는 날 짜증보다

더 컸다

그들 곡절은 무시되었고

아량은 오이지보다 더 쭈글거렸으므로

축의금을 많이 담았을 리는 없었다

크게 당겨진 그 해 겨울

다락방 꿀단지 만큼 찔끔거렸던 기억

돌아보니 한 장의 풍경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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