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헌혈 그 뜨거움에 관하여

by 고카



내 몸에 흐르는 뜨거운 피를 본 적이 있는가? 피라는 것에 대해서 두렵고 무서운 공포의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우리의 몸에 흐르는 피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헌혈을 의외로 안 해본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헌혈 마니아들도 주변에 가끔씩 있다.

대학시절 영화관람권을 준다기에 친구와 함께 헌혈에 집에 갔다. 헌혈이라는 것을 거의 처음 해보면서 헌혈의 집의 벽에 걸린 훈장을 보았다. 30회를 채우면 은훈장, 50회를 채우면 금훈장을 주는 것이었다. 헌혈을 그렇게나 많이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그런 의문으로 시작된 헌혈이 점점 횟수를 쌓아갔다.

헌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헌혈을 하기 전에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여행금지구역을 다녀왔거나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있었거나 수술, 수혈 또는 피어싱, 문신 등을 했거나 알레르기나 호르몬 관련 약을 먹고 있어도 안된다. 그냥 내가 가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나이가 먹고 내 몸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서 헌혈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헌혈의 종류는 전혈과 성분헌혈로 나뉜다. 나는 횟수를 채우는데 목적이었기에 2주마다 할 수 있는 혈소판 성분헌혈을 주로 하였다. 가끔은 전혈을 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헌혈 후 회복은 성분헌혈이 빠르다. 20대 시절에는 헌혈을 하고도 무리해서 술 마시고 놀았었다. 그래도 빠르게 회복을 했던 그 시절을 지금 돌이켜보면 젊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이자 능력임을 깨닫게 해준다.

헌혈을 자주 하는 걸 알기에 주변에서도 헌혈증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기도 하고 지정 헌혈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런 헌혈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헌혈하고 얻은 사은품의 기쁨보다 훨씬 크다. 헌혈을 하면서 가장 뿌듯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적이 있다. 약 3년 전 즈음 와이프가 동네 맘 카페에서 지정 헌혈을 구하는 글을 보고서 나에게 헌혈을 하라고 이야기했다. 보통 내가 헌혈을 하는 것을 장려하지 않았었다. 지정 헌혈을 원하는 사람이 한 아이의 부모이고 그 아이가 골수암이어서 지정 헌혈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헌혈 주기가 되었고 혈액형도 맞았다. 그렇게 나의 생일날 지정 헌혈을 했다. 아이를 둔 부모가 되다 보니 그 사람의 간절함이 느껴졌기에 내 생일에 한 지정 헌혈을 통해 그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하여 새로운 삶의 탄생이 있기를 바랐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헌혈이 뜸해졌다. 그래도 회차로는 60번을 했다. 이제는 아저씨가 되었지만 그래도 건강을 더 잘 관리해서 헌혈을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에겐 단순히 호기심과 쓸데없는 훈장에 대한 집착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내 몸에서 빼어낸 피보다 더 크고 뜨거운 행복을 알게 되고 건강함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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