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부부의 투자의 철학

by 고카



결혼을 하면 돈을 모은다는 말을 선배들에게 왕왕 들어왔던 이야기다. 그런데 미혼일 때는 그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하면 지출이 더 커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었다. 외벌이인 나에게는 더 그런 생각이 크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결혼하고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돌봐야 할 경조사도 많아지고 쓸 곳도 많아지는데 결혼하면 일단 필요 없는 지출에 대해서 관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필요 없는 기분에 내켜서 지출하는 게 확 줄어들게 된다. 둘이 함께 벌어 각자의 돈을 관리하게 되는 요즘 추세로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수입을 합치고 통합해서 관리하게 되면서 용돈으로 생활하게 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무리한 지출이 확연히 준다.

두 번째로는 결혼을 시작으로 부동산에 발 들이게 된다. 매매가 아니어도 전월세라도 부동산이라는 시스템에 경험을 하게 되고 운이 좋은 경우에는 부동산에 대한 어른들의 조언에 플러스로 재정적인 도움까지 받는다면 그동안 모았던 돈보다도 빠르게 재산이 커 나아가게 된다.

세 번째로는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른 성향을 띠겠지만 투자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이고 안정적이게 된다. 총각 때 하던 묻지 마 투자보다 안정적인 대형 주식이나 미래 전망이 좋은 산업에 대한 투자를 하게 되면서 한탕이 아닌 조금씩 조금씩 과수를 따먹는 식의 투자가 된다.


우리 집은 와이프에게는 손복이 있어 집을 얻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래서 또래 대비 큰 재산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가치 투자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미래 유망한 산업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19년~20년 코로나 전후로 시작했던 초기 1000만 원 수준의 투자금액은 6천까지 늘려왔고 그 투자의 방식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상향 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하나를 정리하며 발생한 차액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와이프와 논쟁을 했다. 기존 보유한 대출을 상환하자는 게 와이프의 이야기였고, 나는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미국 우량주에 투자하자고 했다. 대출원금을 갚아 이자를 줄이는 기회비용보다 미국 증시 내 내가 고려하는 종목의 성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보수적인 아내의 투자의견을 내 기준의 잣대로 판단하면 싸움이 커질 것 같아 한발 물러나서 대화를 마쳤다. 며칠 후 와이프가 테슬라로 큰 목돈을 건진 친구와 이야기를 하더니 생각이 조금 바뀐듯했다. 내가 말했을 땐 크게 동의하지 않더니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서 마음이 돌아선 거 같아 씁쓸했다.


부부의 투자 철학과 성향은 달랐다. 하지만 한배를 타고 있는 이상 대립만 할 수도 없고 한 사람이 옳다고 그쪽만 따라갈 수도 없다. 둘의 합의점을 찾아서 안정적인 배분을 하는 방향으로 타협을 하려고 한다. 이게 결혼해서 좋은 점이다. 분명 총각이었다면 풀 베팅 전략으로 갔을거다. 투자가 결과론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평가가 갈리겠지만 돈이 모든 걸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 투자의 근본적인 목적 자체가 가족의 평안을 위한 것이니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5화54. 핸디맨에게 생명 불어 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