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 권 읽었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읽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할 때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다 보아야 했다고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그렇게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 지내왔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게 참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릴 적을 되돌이켜 보면 늘 요령을 부리며 지냈다. 공부머리는 없어도 일머리 즉, 잔꾀를 잘 부렸다. 그래서 눈치 있게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융통성은 사라지고 정석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심지어 주변에서 나를 FM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너무 반듯한 삶을 살고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도 아닌데 나를 그렇게 평가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되짚어보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 영상에서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칭하며 자유롭게 젊음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칭호가 자칭이기도 했고 타칭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과연 그게 언제까지 였을까?를 생각해 보니 사회생활을 하기 전이었다. 바르게 룰을 지켜가며 계획된 대로 정해진 대로 사는 건 누군가에는 어렵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루틴을 가지고 사는 건 오히려 더 쉽다. 내가 나를 돌보기만 했던 나이가 아닌 이제는 나와 아내 그리고 자식 외에도 부모님과 친인척 때로는 주변 지인까지 챙기거나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변칙적인 삶이 아닌 예측되고 큰 리스크가 없는 삶의 모습을 띄게 된듯했다.
폐렴 중간 점검을 위해 다시 파주로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차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정해진 루틴대로 정말 바쁘게 지내오다가 폐렴을 핑계로 하나둘씩 내려놓고 내가 즐겁고 내가 행복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간 나의 삶의 무게에 납작하게 눌려있던 나의 성향이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본질을 깨닫기보다 너무 각 상황과 사상들에 모두 동의하고 나의 모습이 아닌 그들의 철학과 사고방식에 맞춰 지내려 했던 모습.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으로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시 나다움과 나의 온전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 자유가 그것을 얻게 해주리라 믿었지만. 늘 바보같이 파랑새는 곁에 있고 등잔불 밑이 어둡듯이 진정한 자유는 물질이 주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마음에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