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형이 30살이 되었을 때 계란 한 판이 되었다며 놀렸다. 형은 머쓱해 하지도 않고 아무 타격감 없이 그냥 대수롭지 않게 그 말을 흘려 넘겼었다. 내가 원했던 형의 반응은 불혹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형을 놀리던 나의 나이가 그 무렵이 되었을 때 형이 왜 그 농담에 머쓱해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버렸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늙어가는 것이 내 몸의 변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더 크게는 부모님이 연로해 지시는 모습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유한한 삶 속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체감되면서 인생의 덧없음과 소중함이 동시에 와닿으며 묘한 어색함이 불혹의 나이임에도 그동안 살아왔던 나의 모습과 방향이 다시 걸음마를 하는 아이처럼 새롭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인생에 있어 지금의 나이와 이 순간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내일이 없듯이 놀았던 20대는 가고 큰 꿈과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달려온 30대를 지나 이제는 나보다 아이들과 가족들의 안녕에 더 집중하게 되는 40대가 되었다. 잡히지 않는 꿈과 미래를 쫓아가다 보니 허상을 쫓는 느낌이 들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지나간 시간과 내 뒤에 딸린 가족들을 보면 잡히지 않아도 더 열심히 뛰게 된다. 그 걸음이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힘들었는데 오늘은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간다. 내가 좋든 싫든 지금 이 순간도 흐르고 있다. 내 삶의 페이지를 내 삶의 순간들을 고민과 불안 고통으로 채우기 보다 되도록이면 즐겁고 소중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꿈을 쫓아가는 노력보다 더 선행되어야 한다고 깨달았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인생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늘 생각하며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