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
파발마 나룻배 타고
건너던 나루터에,
둥둥 떠 있는
다리 없는 다리.
우체부 아저씨
배낭을 메고,
기우뚱거리며
부교를 건너네.
뗏목을 잇대어
강물에 띄운 다리.
강물은 출렁거려도
가라앉지 않는 다리.
발 없는 편지
기우뚱 기우뚱 건너네.
반가운 소식
춤을 추며 건너네.
6.25 동란 때 한강대교는 폭파(爆破) 되었다. 수복(收復)은 되었으나그 잔해(殘骸)가 아직 그대로였다. 따라서 임시로 한강 물 위에 부교(浮橋)가 설치(設置)되었다. 배들을 잇대어 둥둥 떠 있는 것이다. 이 부교가 중요한 교통수단(交通手段)이었다. 내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영등포에서 이 부교를 이용해서 문안에 드나들었으니까.
부교는 뗏목이나 배를 잇대어 만드는 것이다. 군대도 전투(戰鬪)할 때 도강(渡江)을 위해 임시로 부교를 설치한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파발마(擺撥馬)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이후 나루터에 뗏목으로 부교를 만들어 건넜다. 시골 우체부(郵遞夫)도 뗏목 부교를 건너서 두메 산골까지 편지를 배달(配達)했다.
교통(交通)․통신(通信)이 눈부시게 발달한 요즈음, 어디서 부교를 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도 부교가 있다. 내가 주고 받는 모든 편지(便紙)․서신(書信)들은 이 부교를 통해서 전달 된다. 발 없는 이 글들은, 이 다리 없는 다리 부교를 건너간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친척들, 그리운 벗들. 그리고 교우(敎友)들과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불신자들....
다리를 소재(素材)로 한 연작시(連作詩)를 썼다. 외나무다리․밤마다 놓는 무지개다리․구름다리․징검다리․부교. 이 모든 서간문(書簡文)을 한데 묶어 ‘다리 없는 다리’로 책을 만들었다. 모두가 다리(橋脚) 없는 다리(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