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꼭대기에
철사로 둥지칠까?
노랗게 물들이고
꾀꼬리 노래할까?
아서라 시끄런 세상
누구인들 귀담으랴.
홍시 감 주렁주렁
산골로 되돌아가
잔 가지 얼기설기
포곤한 둥지틀어
털털한 내 목소리로
기쁜 소식 전해주리.
* 1996.12.20 ‘성북초등시조교육연구회‘ 금상
나의 첫 번 째 시조(時調)이다. 중학 시절에는 고시조(古時調)를 많이 읽고 암송(暗誦)도 했다. 그러나 정형시(定型詩)보다는 자유시(自由詩)가 좋아 자유시를 썼다. 그런데 안암교 시절, 성북초등시조교육연구회에서, 관내 (管內) 교직원들의 시조를 모집한다는 공문이 왔다. 그리하여 써낸 이 시조가 금상(金賞)을 받았다.
도시(都市)로 날아든 까치들은 곧잘 전봇대 꼭대기에 둥지를 틀었다. 합선(合線)과 누전(漏電)의 위험으로 말미암아, 한전(韓電)의 골칫거리다. 시끄러워 소음(騷音) 공해(公害)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온몸을 노랗게 염색(染色)하여 꾀꼬리로 변장(變裝)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꾀꼬리처럼 맑고 고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산업화(産業化) 도시화(都市化)의 물결을 따라, 이농(離農) 현상이 두드러지고, 일꾼이 없어 가지가 찢겨질 정도로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따지 못하고 있다. 한편 도시는 갓 쓰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거적문에 돌쩌귀 채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까치밥을 남겨놓는 인정(人情), 아침에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있다고 기다리는 소박(素朴)함, 빠진 젖니를 초가지붕 위에 던지며, “까치야 까치야, 헌 이빨 줄게 새 이빨 다오!” 하던 순진(純眞)함을 되찾을 날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