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쇠고기 한 덩어리 주워왔나 훔쳐왔나
석쇠에 이글이글 함께 구워 먹으면서
검둥이가 내 효자라며 쓰다듬어 주었지.
어미는 호랑이띠라 쇠고기를 좋아하니
요 다음 어른 되면 고기 많이 사 오라며
너도 이 검둥이처럼 효자 되라 하였지.
고기 많이 드시면 중풍에 걸린다며
푸줏간 앞에서도 머뭇거린 나를 보고
검둥이가 비웃으면서 불효자라 하겠지.
(2019.8.15. 어머니 30주기에)
2차세계대전 막바지 하루 세 끼 먹기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달걀 한 개도 마음대로 사먹지 못한 살림인데,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쉽게 사먹을 수 있었으랴. 이웃 애돌네집 음식점에서는 늘 고깃국 냄새가 솔솔 풍겨와 어머니는 얼마나 부러웠을까? 어느 날 검둥이가 쇠고기 한 덩어리를 물고 왔다. 음식점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주운 것인지 훔친 것인지... 반색한 어머니는 석쇠에 이글이글 구워서 검둥이와 함께 맛있게 드셨다. 검둥이를 쓰다듬으면서 “내 효자!”라고 칭찬했다. 나에게도 조금 주셨지만 난 꺼름칙해서 먹을 수 없었다.
“엄니는 호랑이띠라 쇠고기 좋아한께, 너도 요다음에 커서 어른 되면 쇠고기 많이 사온나 잉.”
검둥이처럼 효자 되라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었지만 그 당부를 모른 척 했다. 내가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고혈압의 주적(主敵)이라는 핑계였다. 그토록 좋아한 고기를 많이 드시지도 못했는데, 마침내 中風(중풍)을 앓다가 1년 7개월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가실 때 가시더라도 실컷 사들였으면 후회가 없었을 텐데,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이란 말 이런 때 쓰는 말이겠다. 어머니 기일이 되면 검둥이가 생각나면서, 그보다 못한 나의 불효를 고백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