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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노래

새우타령

by 최연수

‘우리는 가시다’로 시작되어

‘찔러라!’는 후렴구로 끝나는 합창이

하늘은 찌른다.

온 땅을 뒤흔든다.


바다에선 성게, 강에서는 가시고기.

땅에선 고슴도치, 들에선 찔레.

산에선 밤나무, 울타리의 탱자나무

화분에선 선인장...


그게 뿔이지 가시냐는 염소.

이름만 번드레한 가시나무.

몸속에 묻혀 찌르지 못한 생선.

휴전선 철조망...

가시 합창단에 끼지 못한 못난이들.


누굴 윽박지르는 고함인지

서로 엇박자를 탓하는 삿대질인지,

노래는 끝날 낌새가 없고,

귀가 찔려 피 흘리는 사람들만

끙끙 앓는다.




동식물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용으로 몸에 뾰족한 가시가 있다. 이 가시들이 공격용으로만 쓰인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가시 방석에 앉아 불안한 생활을 할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 가시를 공격용으로 쓰고 있다.

가시들이 합창단을 꾸렸다. 물론 가장 앙상한 早角刺(조각자)나무가 단장, 天然記念物(천연기념물)인 주엽나무가 지휘자일 것이다. 이들의 단가(團歌)가 ‘가시 노래’다. ‘우리는 가시다...’로 시작되어 ‘찔러라’는 後斂句(후렴구)로 끝난다. 바다․강․산․들․마을․심지어 화분에서 내로라 하는 가시들이 다 모였으니 대단한 합창단이다. 그러나 염소는 뿔이 가시인양 주제 파악도 못한 무지렁이, 가시나무는 이름만 번드레한 사기꾼, 생선들은 죽어야 제 구실하는 산 송장이라고 오디션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휴전선 鐵條網(철조망)까지 入團(입단)할 수 없느냐고 신청했다니 인기있는 합창단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합창은 하늘을 찌르고 온 땅을 뒤흔드는 그야말로 驚天動地(경천동지)다. 그 고함에 온 세상이 사시나무 떨 듯한다. 그 엇박자에 자기네들 까지도 삿대질하며 남을 탓한다. 그 不協和音(불협화음)에 귀가 멍멍한 聽衆(청중)들은 귀를 막지만 그 날카로운 소리에 찔려 아프기만 한다. 언제 이 합창이 끝날지 기약도 없다.

나무들이 왕을 뽑기로 했다. 감람나무는 그 기름을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양한다. 무화과 나무는 달고 아름다운 열매를 버릴 수 없다며 사양한다. 포도나무는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를 버릴 수 없다며 사양한다. 마지막 가시나무는 자기 그늘에 피하라. 그렇잖으면 불이 가시나무에서 나와 백향목을 사르겠다고 했다.(삿9:8~15) 暴君(폭군) 아비멜렉의 이야기다.

한편 ‘~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너희를 징계 하였으나 나는 전갈 채찍으로 너희를 징치하리라...’(왕상9:14) 惡政(악정)을 했던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등극할 때의 말이다. 방어용이 아니라 공격용으로 가시를 쓰겠다니 말만 들어도 온 몸이 쑤신다. 그들의 遺傳子(유전자)를 물려받은 무리들은 마침내 평화의 왕 사랑의 왕이신 예수님께 가시 면류관을 씌웠지 않았나?

가시 노래의 처음과 끝 부분만 들어도 몸이 으스스한데, 가사 전체 내용은 어떨까? 노래라면 꽃처럼 향기로워야 하는데, 이 노래는 피 비린내 나는 革命歌(혁명가)나 砲煙(포연)이 매캐한 軍歌(군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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