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멧비둘기 말만 듣고
마을로 나들이 갔지만,
텃새들에 쫓기어
산으로 되돌아 왔지.
참새 까치 비둘기...
텃세가 오죽했으면,
철새들 정처 없이
저리 떠돌아다닐까?
꽃들이 곱게 피고
푸른 숲이 우거진,
우리 동네 꿈 동산
복된 땅 사랑의 나라.
바람이 쉬어가고
구름도 놀다 가며,
신선들이 마련한
하늘 사다리 놓인 곳.
들새 물새들 다 오너라
텃새 철새들 다 모여라.
졸졸졸 골짝 물 따라
목청껏 노래 부르자.
손바닥만한 땅이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마음 아픈데, 동서로 갈리고 保守(보수) 進步(진보)로 갈리고...내편 네편으로 나뉘어 원수처럼 지내야 한다니 참 서글프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뜻과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다른 것은 나쁜 것이라고 한 쪽 구석으로 몰아세워 두들겨 패는 모습! 이골이 나서 그러려니 하지만 봇짐 싸들고 갈 곳도 없다. 해방 후의 左右翼(좌우익) 싸움판과 麗․順(여․순)사건 6.25전쟁을 차례로 겪었던 惡夢(악몽)을 요즘 들어 자주 꾸면서 식은 땀을 흘린다.
멧새의 本貫(본관)은 산이요, 고향․주소도 산이다. 산을 떠나서는 살아가기 힘든다. 사람 사는 동네에 다녀온 멧비둘기가, 그 곳도 먹이가 있어 살만하다고 한다. 왜 산으로 되돌아왔느냐는 물음에는 딱 부러지게 대답을 못하면서...긴가민가 하다가 아무튼 가보기나 하자고 후루루 마을로 날아가 어느 나무에 앉았다. 웬걸 까치들이 에워싸더니 비둘기 심지어 참새들까지 모여들어,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殺氣(살기)騰騰(등등)하다. 간신히 도망쳐 산으로 되돌아 왔지만, 그 때의 악몽에 지금도 시달린다. 어진 새는 나무를 가려 앉는다(良禽擇木)고 했는데 내가 어리석었지.
철새들이 定處(정처)없이 떠돌아다닌 까닭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덩치도 크고 맵시도 고운 새들이지만, 텃새들의 텃세가 오죽했으면 쫓기다시피 떠돌아 다니겠는가? 멧새는 문득 눈과 날개가 각각 한쪽 밖에 없어, 짝을 만나야 날수 있다는 比翼鳥(비익조)가 생각났다. 한편 共鳴之鳥(공면지조)라고도 일컫는 共命鳥(공명조)라는 새도 생각했다. 한 몸에 머리가 둘인 전설의 새인데, 한 머리는 항상 맛있는 먹이로 그 몸을 安溫(안온)하려 했으나, 다른 머리는 질투하여 毒(독)한 과실을 따먹고 두 마리가 다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비익조는 못될망정 공명조가 되어서야...
산에는 고운 꽃들이 피고 푸른 숲이 우거지며, 맑은 골짜기 물이 흘러내린다. 바람이 쉬어가고 구름도 놀다가 간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온 신선들이 하늘나라에 쉬 올라갈 수 있는 하늘 사다리까지 걸쳐 놓았다. 꿈의 동산이요, 복된 동네요 사랑의 나라다. 이 낙원을 떠나 어디로 가랴. 들새․물새․철새 심지어 못 살게 굴었던 텃새까지 다 불러들여, 졸졸졸 흐르는 골짜기 물을 따라 함께 목청 높이 노래 부르며 오순도순 살고 싶은 게 꿈이다. 저 산 아래 아옹다옹 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