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깨와 주먹

새우타령

by 최연수

딱 벌어진 가슴과 치켜세운 어깨.

굳게 쥐어진 무쇠 주먹이면,

내 뼈가 으스러져 가루 되고

촛농처럼 녹초 되어 녹아내릴 텐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며,

수레바퀴 앞 사마귀처럼

한 번 맞서서 덤벼볼까?


달걀로 바위를 치라는 코웃음을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고 맞받으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입을 악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삼겹실은 쉬 끊어지지 않지.

어깨동무들 한데 불러 모아

무쇠보다 더 든든히 어깨를 겯고

어깨와 맞서서 겯거니 틀거니.


(2022. 2. 24)




어려서부터 약골(弱骨) 약질(弱質)인 나는, 누구와 주먹다짐을 해본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몸집이 크고 성질이 우악스런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옳고 바르더라도 주눅이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일찍 꼬리를 내리고 줄행랑치는 게 상책이었다. 이렇게 일제 강점기에는 かた(肩)가, 해방 후에는 ‘어깨’가 두려웠다. 딱 벌어진 가슴과 치켜세운 어깨, 게다가 권투 글러브 같은 주먹과 불거진 핏줄 앞에서는 지레 겁을 먹고 피해 다녔다. 학창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어깨들은 자기들 영역을 넓히고, 세력을 키우기 위해 종종 패싸움을 벌였다. 이러한 깡패들의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길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책 벌레라는 무골충(無骨蟲)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사회에 발을 디디고 보니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공화국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과연 독재하는 지도자들은 없었던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칭키츠칸·알렉산더·나폴레온을 영웅으로 존경하는 학우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국사를 공부하면서, 수 양제(隋煬帝)· 당 태종(唐太宗), 원(몽골=元) 칭키츠칸(成吉思汗), 일본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 일본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미워했다. 특히 현대사에 있어서 나의 생사를 넘나들게 했던 6.25전쟁을 겪으면서, 북한의 김일성을 비롯한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을 침략의 원흉(元兇)으로서 극도로 혐오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과대망상증(誇大妄想症)에 사로잡혀, 철권(鐵拳)정치를 하는 독재자들이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을 통한 선동 선전과, 대외적인 도발을 통해 대내적인 단합을 꾀하는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숙하여, 오히려 자국민들로부터는 추앙을 받기도 한다. 근대사에 있어서 기라성(綺羅星)같이 나타난 이런 독재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현재도 종신(終身) 집권을 꿈꾸며, 세계 질서를 쥐락펴락하는 지도자들이 여기저기 독사처럼 또아리 틀고 있다. .

러시아의 푸틴이 드디어 약소국 이웃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서방 국가들이 주축인 NATO에 가입하려 한다는 명분이다. 1933년 350만 명의 아사자를 낸 스탈린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근육질을 과시하며 스트롱맨을 자처하더니...수레 바퀴에 덤벼든 사마귀(螳螂拒轍)처럼 맞서 덤벼야 하나? 밟으면 꿈틀할 뿐인 지렁이, 죽으면 짹 소리 밖에 내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야 하나? 달걀로 바위를 치라는 코웃음 앞에서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水滴穿石)고 맞받아야 하나?

덩치가 큰 초식동물들은, 군집 생활이 아니면, 약육강식(弱肉强食)인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도 튼튼한 동맹이 아니면 제2의 6.25전쟁 ·제2의 우크라이나를 겪어야 한다. 평화를 원하지만, 구호만 가지고 지킬 수 없다. 자위(自衛)의 결의와 함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으니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하지만, 든든히 스크럼(scrum)을 짠 어깨동무의 힘이 더욱 절실하다. 삼겹실은 쉬 끊어지지 않는다는 속담과 함께, 성경도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12) 하였다. 우크라이나여, 어깨를 맞설 수 있는 어깨동무를 믿고,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이 되기를!(삼상17:50,51)

keyword
이전 10화담쟁이덩굴과 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