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고운 꽃 피리라고
생수를 주었노라.
향기롭게 피리라고
정화수를 주었노라.
그런데 이파리는
왜 부황이 났나?
그런데 줄거리는
왜 시들먹하나?
썩어들어가는 뿌리가
눈에 띄겠나?
진즉 뽑아버릴 걸
물만 주었구나.
(2022.3.10.)
화초 가꾸는 일이 취미요 일과다. 넓지 않은 베란다지만, 40 여개의 화분에다 갖가지 화초를 가꾼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들과 첫 인사를 나눈다. 그들을 사랑하며 정성껏 돌봐주는 것 만큼 잘 자란다. 가룟 유다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화초는 비실비실 하다가 끝내 죽게 된다는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명 있는 화초에게도 영혼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곤 한다. 윤나는 이파리들과 새로운 싹을 틔우며 꽃을 피워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나무는 파키라다. 우리 집에 시집 온지 십여 년이 넘었다. 밑동 둘레가 70cm, 키가 2m이면 꽤 큰 나무다. 넓은 대여섯 장 이파리가 무성하여 보기만 해도 속이 탁 트인다. 위로 벋어나간 가지에서 새 잎이 나는데 그만 문제가 생겼다. 천정에 닿아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그가 늘 미안했다. 그런데 늙어 딱딱한 아랫동을 향해 새로운 가지가 연달아 튀어 나오면서 싱싱한 이파리를 피운다. 어찌 신기하지 않은가?
한편 자그마한 장미 한 그루를 가꾸게 되었다. 제법 잘 자란 편이었다. 솔잎을 썩혀 거름도 주면서 내딴으로 정성을 드렸다. 앞으로 곱고 향기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는 기대에 부풀어. 우물도 없는데 정화수(井華水)나 값 비싼 생수(生水)를 사서 주지는 못하지만, 거르지 않고 깨끗한 물을 주었다. 그러나 이상하다. 부황(浮黃)난 것처럼 한 두 잎 누렇게 변색을 하고, 마침내 가는 줄기가 시들먹해지는 게 아닌가? 해충이 몰래 들어와 번식하거나, 어떤 나쁜 병에 걸렸거나...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수록 물을 자주, 그리고 많이 주었다. 내 정성을 보고 소생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그러나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 있다. 화초는 그 생명이 한 번 기울면 좀처럼 소생하지 않음을...이렇게 시든 화초를 붙들고 있을 수 없어, 눈 딱 감고 뽑아버렸다. 아! 이렇게 썩은 뿌리에 그토록 정성껏 물을 주었구나.
곪은 살은 도려내야 새 살이 돋고, 썩은 뿌리는 미련 없이 뽑아야 하거늘. 아랫물을 흐리게 하는 웃물인 오수(汚水)는 정화조(淨化槽)로 보내어 깨끗하게 해야 하지.
역대 대통령 선거보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에는 썩은 내로 말미암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풋감은 차차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어 냄새나는 감을 먹어야 할 일이 있다면...우리 집 장미처럼 어서 썩은 뿌리는 뽑아버리고, 흐린 오수는 정화조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집 파키라처럼 천정을 뚫고 자라고자 하는 게 아니라, 아래로 향하여 새 가지와 새 잎을 내는 지도자가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