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란
난 말이야 꼬꼬댁.
알 낳을 거란 말이야 꼬꼬댁.
수탉 없이도 낳느냐니까
예스 예스 꼬꼬댁.
처녀 레그혼은
둥우리에 앉아,
하나님의 아들 병아리를 까려고,
눈을 지그시 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갓 까인 햇병아리가
홰를 치며 목청을 돋우면
새 아침이 동틀 것입니다.
나무도 바위도 잠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스무하루면 신 기원이 된다고
레그혼은 낡은 달력을 찢습니다.
병아리의 십자가를 깨닫고는 있는지,
세워질 성모상을 알고나 있는지.
최신약 성경을 누가 쓰려는지
새 크리스마스는 곧 오려는지,
처녀 레그혼은 아랑곳없이
모이도 안 먹고 둥지만 지키고 있습니다.
암탉이 둥우리에서 알을 품고 있다. 먹지도 않은 채 꼼짝 않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한다. 21일만이면 까일 병아리를 위해서, 온 체온(體溫)으로 알을 품고 있다. 그 병아리가 잡혀 먹힐 일을 미리 짐작이나 하고 있는지, 품고 있는 그 알이 무정란임을 알고나 있는지....
무정란(無精卵)에서 병아리가 까인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마리아가 아들 예수를 낳았다니 믿어졌겠는까?
그런데 수탉을 모르는 동정녀(童貞女) 레그혼(leghorn)이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깠다. 기적(奇蹟) 중의 기적이다.
이 기적을 사실로 믿는 것도 또한 기적이다. 비과학적 사실, 비합리적인 사실을 믿는다는 것은, 백치(白痴)거나 기만(欺瞞)이다. 그러므로 믿음의 눈은 따로 있다. 영안(靈眼)이라는 것이다. 이 눈이 열려야 영적 세계를 볼 수 있다. 현미경(顯微鏡)이나 망원경(望遠鏡)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세계를, 우리가 어렵지 않게 관찰(觀察)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영안으로 보는 세계는 상상을 초월한 경이(驚異)로운 세계다. 이 영안․영적 안경(眼鏡)을 주신 신(神)께 감사한다.
불신자들이 믿거나 말거나, 동정녀(童貞女) Maria가 예수를 낳았다. 비로소 인류 역사(歷史)의 신 기원(紀元)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믿음으로 고백(告白)한다. 새 사람으로 중생(重生)하는 내 역사의 신 기원(紀元)도 이 사실부터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