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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멧새 2 25화

눈 꽃

by 최연수

눈꽃이 내린다.

마리아 성모상 위로.

멍울지며 내리고

내리면서 활짝 피고.


눈은 홀씨라서

홀씨라서

바람 없어도 좋다

벌 나비 없어도 좋다.


암술 수술 없건만

눈은 여문 씨를 맺어,

산에 들에 흩날리고

마을마다 꽃 피우고.


하늘에서 눈꽃이 내린다.

십자가 위로.

이제 난 안다.

겨울이면 시허옇게 피는 것을.




조류(藻類)․균류(菌類)․선태류(蘚苔類)․양치류(羊齒類) 등은, 무성생식(無性生殖)을 한다. 즉 포자(胞子)를 만들어 행하는 생식법이다. 포자를 홀씨라고 한다. 이들 식물들이 고운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꽃이 내린다. 눈이 부시도록 시허연 눈꽃이 내린다. 풍매화(風媒花)가 아니므로 바람이 없어도 홀로 수분(受粉)을 하고, 충매화(蟲媒花)가 아니므로 벌․나비가 없어도 홀로 수분을 한다.

성모(聖母) 마리아상과 교회 첨탑(尖塔)의 십자가(十字架)위에 내리는 눈꽃이 유달리 맑고 깨끗하다. 모든 꽃들이 비늘옷이나 털옷을 입고 겨울눈(冬芽)으로 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나는데, 눈꽃은 한 겨울에 활짝 피어 온 세상을 하얗게 장식한다. 처녀의 몸에서 탄생한 예수가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시어, 33년을 미혼(未婚)으로 복음 사역(使役)을 담당하였다. 사도(使徒) 바울이 평생을 독신(獨身)으로 전도(傳道) 사역을 담당하였다. 독신주의(獨身主義)를 찬성하지는 않지만, 성결(聖潔)한 삶이 참으로 숭고(崇高)하다.

동정(童貞)을 우습게 보는 free sex의 세태(世態)가 되었다. 혼전(婚前) 순결(純潔)을 바보 짓 못난 짓으로 매도(罵倒)하는 타락(墮落)이, 말세(末世)의 징후(徵候)들이 아닌가? 순결(純潔)한 저 눈꽃은 이 세태에 대한 경고(警告)의 멧세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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