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아소 / 포토그래퍼 또트
* 민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복학 후 일상은 어때?
새로 마주하는 일이 많아졌어. 우선 과 사람들하고 친해진 게 꽤 최근이야. 사학과는 졸업 요건으로 문화재 답사를 가야 하는데, 이번에 그걸 다니면서 동기들이나 후배들이랑 안면을 많이 트게 됐어. 3학년인데 이제야 좀 본격적인 과 생활을 시작한 느낌? (웃음)
얼마 전부터는 언론사가 주관하는 저널리즘 스쿨 예비 과정도 듣고 있어. 희망 진로로 기자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염두에 뒀던 활동인데, 10주 정도의 짧은 커리큘럼이지만 그 안에서도 배울 게 많은 것 같아. 매번 과제가 있는데 잠도 줄여가면서 하고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바빠졌는데, 나름대로 재밌게 보내는 중이야.
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어?
직업을 정하는 건 내 인생에 있어 정말 큰 단추를 꿰는 일이잖아. 그래서 진로 고민을 좀 오래 했어. 우선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 또 내 성격상 사무직보다는 활동적인 일이었으면 했고, 그러면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가 겉으로 드러나는 직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이나 말로 세상 곳곳의 일을 알리는 기자를 꿈꾸게 됐지. 그렇게 이런저런 언론사 강연이나 수업들을 찾아 듣다가, 최근에 저널리즘 스쿨 예비 과정에서 직접 기사를 써 보며 확신이 들었어.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면서 다양한 사건과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 일이란 게 참 매력적이더라고. 난 잠깐 동승하는 택시 기사님이랑도 바깥에 보이는 경복궁 월대 복원 얘기로 한참을 떠드는 사람이라서. (웃음) 많은 사람과 현상을 직접 마주하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어.
독서 모임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데.
작년 9월쯤 시작해서 달에 두 번 정도씩 모이고 있어. 혼자서는 이런저런 할 일에 치여서 책 읽는 걸 미루게 되잖아. 그걸 극복할 동기가 필요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과 책 읽고 생각 공유하는 것도 해 보고 싶었어. 그런 이유로 한창 독서 모임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 행사로 몇 번 만났던 친구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나 독서 모임 만들 건데 할 생각 있는 사람?’ 하고 올렸더라고. 그때는 정말 얼굴만 몇 번 본 사이였는데, 왠지 너무 하고 싶어서 바로 연락을 넣었어. 그렇게 그 친구의 지인 네다섯 정도로 모임이 꾸려졌는데, 모두가 그 친구만 알고 서로서로는 모르는 사이였어.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때가 기억 안 날 정도로 친해. 모임의 구심점이었던 친구가 교환학생을 가게 돼서, 지금은 그 자리를 대신해서 새로운 친구가 들어와 있거든. 그런데도 위화감 없이 활발하게 굴러가는 중이야.
독서 모임에서 정말 많은 얘기를 하거든. 한 번 모일 때 두 시간씩인데,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사실 진행 방식 자체는 평범해. 매번 책을 한 권 정해서 읽고 돌아가면서 그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식이야. 인상 깊었던 구절은 뭔지, 함께 얘기해 보고 싶은 부분은 뭔지 등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다들 자기가 생각하는 걸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서 모임이 즐겁고 알차게 진행되는 것 같아. 얼마 전에는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다뤘는데,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동물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 그 책에 대해 두 시간 동안 거의 토론 수준으로 대화했던 기억이 나.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그게 참 재밌었어.
밖에서 말할 기회가 없는 내면의 깊은 생각들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를 궁금해하게 되고, 결국 그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더라고. 그래서 서로 인생 얘기까지 쭉 풀게 됐지. 내가 언제 힘든 시기를 겪었고, 뭐 때문에 다시 극복했고, 그런 얘기들. 그렇게 하도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제 서로의 성격이 어떤지, 어떤 이유로 이런 생각을 하는지가 파악이 되잖아. 그래서 되게 재밌어. 시작은 책 읽으러 모인 거였지만, 점점 사람에 대한 이해도 배워가는 기분이더라고.
너의 학창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어때?
초등학생 때는 엄청 외향적이고 활발했는데, 반대로 중고등학생 때는 좀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게 됐어. 그때가 다들 친구 문제로 예민한 시기잖아. 여럿이서 무리 지어 다니는 문화라거나, 그 사이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친구 관계 같은 걸 신경 쓰는 일이 나랑 좀 안 맞았어. 집이 좀 엄해서 학교 외의 일로는 밖에 많이 못 돌아다닌 것도 한몫 했고. 그래서 친한 친구 한두 명하고만 작게 어울려 다니고, 혼자 책 읽거나 웹툰 보면서 시간을 보냈지. 그때는 그게 재밌었어.
그러다가 대학에 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지. 그래서 한창 노는 데 집중하던 새내기 때는 ‘나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인데, 중고등학교 땐 어떻게 그렇게 살았지?’ 싶기도 했거든. 그러다 다시 예전처럼 책도 읽고, 혼자 생각할 시간도 가져 보니 알겠더라고. 나는 사실 엄청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고, 지나온 시간들이 그걸 발견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 어릴 때는 외향적인 기질이 좀 많이 발휘됐고, 청소년기에는 내향적인 기질이 많이 발휘됐다면, 이제는 그게 균형을 찾아서 좀 안정된 느낌. ‘진짜 나’를 찾은 기분이라 요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스스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성장’으로 표현하고 싶어. 내 삶을 쭉 돌아보면 난 항상 좀 느렸거든. 학교도 일 년 늦게 입학했고, 자아에 대한 안정감도 좀 늦게 찾았고.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 혼자 자책도 많이 했던 것 같아. 다만 나는 내가 속도는 느리지만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변 사람들도 종종 그렇게 말해주고. 이젠 그걸 장점으로 생각하기로 했어. 한 발짝 느려도 계속 발전하는,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
인터뷰어 아소 / 포토그래퍼 또트
2024.11.18 민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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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