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서현 / 포토그래퍼 림
* 혼또 카레 김현옥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저는 가게 하려고 여기로 이사 왔어요. 원래 분당에 살았는데 남편이 외국에 가게 됐어요. 그래서 나는 안 따라가고 사업을 해서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했어요. 내가 예전부터 카레집 하고 싶었는데 못 하게 했거든. 그랬더니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왜 하지’ 이런 고민 할 때도 있고요 (웃음).
옛날부터 카레집을 하고 싶으셨던 거예요?
맞아요. 일본에서 10년 정도 살았거든요. 일본은 카레가 맛있잖아요. 그래서 일본에서 카레를 먹다가 갑자기 너무 하고 싶은 거야. 일본 친구들이 거기 있기도 하고, 운동도 하러 달에 한 번씩은 일본을 다녔어요. 한국에 돌아올 때는 꼭 하네다 공항에서 카레를 먹어요. 하네다 공항에 진짜 맛있는 카레집이 있거든요. 공항 3층에 올라가면, 출국장 쪽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요. 그걸 타고 올라가면은 거기 장어집이 있고 뒤편으로 싹 돌아가면 카레집이 딱 하나 있거든요. 거기 가서 다른 거 말고 카레 우동을 먹어요. 아니면 스지 카레. 스지카레도 진짜 맛있어요. 그래서 그거를 맨날 먹다 보니까 너무 하고 싶은 거야. 나 정말 잘할 것 같고.
인테리어부터 식기까지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요.
맞아요. 내가 다 했어요.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입으로 (웃음). 직접 다니면서 사진 찍어 오고 그림도 그려서 부탁했죠. 여기는 이 색으로 칠하고 저기는 저 색으로 칠하고. 그리고 가게 로고도 제가 디자인했어요. 간판이랑 배달 나갈 때 스티커로 써요. 숟가락이랑 카레 그릇이 포인트예요.
그리고 나 또 인테리어 공사해요. 요새 혼밥이 많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구석 자리를 좋아해. 게다가 옆에 누가 앉아 있으면 안 앉으려 하고. 4명이 오는 경우는 하루에 한 팀 있을까 말까 해요. 그러다 보니까 가구를 정말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좋은 원목으로만 샀는데 이런 걸 생각 못 했죠. 모양만 생각했지, 너무 무겁고 불편해. 그래서 우리도 다니기 편하고 손님도 들어와서 다니기 편하게 새로 인테리어 하려고요. 그럼 더 편해지겠죠.
그릇도 다 일본에서 직접 사 오셨다고요?
수저, 포크, 작은 접시들까지 다 사 왔어요. 무거운 그릇은 아쉽게도 못 사 왔지만요. 그래도 이 큰 그릇들도 다 해외에서 구해온 거예요.
깨지면 어떡해요?
실제로 많이 깨뜨렸어. 그래서 나 1월에 그릇 사러 가야 해. 그리고 저기 빨간 통 보여요? 우리 집이 카레를 한 5가지 종류를 섞어서 쓰는데 그중에 저 빨간 통 카레가 되게 비싸요. 한국에서 사면 한 통에 한 2만 5천 원, 3만 원 하는데, 두세 번 끓이면 한 통을 다 먹어요. 그런데 일본 가서는 한 3천 원이면 살 수 있어요. 처음에 가게 시작할 때는 친구가 보내줬어요. 20kg, 10kg 막 이렇게 되니까 보내는 가격이랑 사는 가격 합치면 그게 그거더라고요. 그래서 깨진 그릇이랑 카레 사러 일본 가려고요.
내가 소리를 너무 쳐놔서 잘 해야 하는데 (웃음). 사실은 처음에 열 사람이면 열 사람 다 말렸거든. 왜냐하면 내가 몸 쓰는 일을 한 적이 거의 없거든요. 가게 한다니까 다들 ‘너는 가만히 있는 게 돈 버는 거야’부터 시작해서 하지 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힘들어도 말도 못 하고. 장사는 힘든 게 맞아요. 근데 이런 마음도 있어요. 아까 밥 먹고 간 사람처럼, 그릇을 싹싹 비우고 가는 게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맛있게 다 먹고 가면은 기분이 좋아요. 장사는 이래서 하는구나 싶죠.
내 꿈은 자리 잡아서 한성대 쪽에 하나 더 차리는 거예요. 그다음에 그거 잘 되면 체인점 더 내고, 한 30개 되면 레시피를 회사에 넘겨서 자동화하는 거야. 그러면 나 같은 아줌마들, 그러니까 집에만 있다가 뭐 하고 싶은데, 돈은 별로 없고. 이런 사람들도 할 수 있게. 이거는 조그맣게도 할 수 있잖아요. 큰 노하우 없이도 할 수 있거든. 그거 해주는 게 꿈이야. 100개가 딱 되면 가게를 딱 팔고, 4할은 기부하고 반의반은 딸이 하나 있으니까 딸 주고. 그 반의반으로 나는 놀고 (웃음).
멋있어요.
저는 그런 꿈도 있어요. 지금 솔직히 지금 이 학교 앞에서 정말 맛있는 카레 집이 어디 있어요? 딱 떠오르거나 진짜 맛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성대하면 딱 떠오르는 맛있는 카레집이 되면 좋겠어요. 성대생들이 떠올렸을 때, ‘카레’하면 ‘아 거기 괜찮은 집 하나 있어’하고 바로 떠오를 수 있는 곳으로. 나중에 내가 체인을 몇 개 하든 이 가게는 여기에 두고, 누가 언제 와도 똑같이 맛있는 가게요.
가게를 운영하며 인상 깊은 손님이 있었나요?
네 있어요. 성대 학생인데 처음에 오픈하자마자 와서 야끼 카레를 먹었어요. 그다음에는 여자 친구랑 같이 오더라고요. 보기에 되게 까칠한 듯한 느낌이었어요. 근데 반전이었죠. 난 몰랐는데 처음 온 날 야끼카레 먹은 걸 찍어서 학교 에브리타임에 올렸대요. 그 게시물을 우리 알바생이 보고 좋은 소식이라고 알려줬죠. 그래서 ‘너무 고맙다. 이 사람 누구지?’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 손님이었어요. 그 손님이 말하기를, 음식이 너무 맛있고 가성비도 너무 좋아서 자기는 이 가게가 정말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대요. 꼭 잘 되게 자기가 돕겠다면서, 글을 또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 손님이 기억나네요.
인터뷰어 서현 / 포토그래퍼 혜림
2024.12.08 혼또 카레 김현옥 사장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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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