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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헌 Dec 28. 2024

변화하는 의사결정 환경에서 컨설턴트의 역할

어느 날, 프로젝트를 앞두고 클라이언트가 물었습니다.
"이 전략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순간, 저는 그 질문 속에 담긴 무게를 느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 답변 하나가 몇십몇 백 억 원의 투자, 수십 명의 팀원, 

그리고 한 회사의 프로젝트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었습니다. 

컨설팅이란 결국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의 의사결정 환경은 훨씬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1. 정답이 없는 시대에 결정한다는 것

예전에는 경험과 직관이 중요한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도 부족했고, 정보도 한정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AI가 실시간으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 알고리즘이 가이드를 제시하고,

비단 AI뿐만 아니라 웹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데이터를 보면 볼수록 결정은 더 어려워지는 거 같습니다. 

"데이터는 방향을 알려주지만, 답은 주지 않는다."

가상의 프로젝트로 테스트를 꽤 자주 해봅니다.

그 상황에서 AI는 "이 지역은 비수기에 숙박률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예측을 냈었죠.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한 판단은 정반대였었죠. 

비수기라고 해도 현지 축제나 이벤트가 있는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찬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AI가 제시한 데이터와 인사이트와 각자의 전문성 있는 분야의 경험을 결합해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더욱 나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 컨설턴트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이건 팀원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도 부합하는 부분인 거 같습니다.

컨설턴트로서 저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올바른 질문을 던져서 팀원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결정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질문을 던지다 보면, 팀원들 스스로 각자의 역할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한 번은 팀원들이 각각 다른 의견을 주장하며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번의 멈춤과 생각의 전환이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요?"

그 순간, 모두가 잠시 멈췄고, 우선순위가 다시 정리되었었습니다. 

답은 그들 안에 이미 있었고, 저는 그 답을 끌어내는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3. 기술은 도구일 뿐, 의사결정의 주체는 사람이다

AI와 데이터 분석 도구들은 정말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데이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죠. 

현장에 가보면,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엄청 많이 있습니다.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AI는 “라운지보다 객실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라”라고 제안했었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고객들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은 객실이 아닌 라운지였고,

경험과 현장을 보지 않고 숫자만 보고 내린 결정의 위험성을 검증해 주는 할루시네이션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현장을 보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방향을 알려주고, 사람은 그 방향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4.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

컨설턴트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들을 설득하는 순간인 거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때로는 팀원들이 지쳐있고, 클라이언트는 회의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컨설턴트는 단순한 전략가가 아니라, 설득자이자 동기부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내리는 이 결정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이 팀의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동기부여의 시작이었던 거 같습니다.


5.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의사결정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을 찾기

기술을 도구로 사용하기

사람들을 설득하고 실행하기

이 네 가지가 결국 컨설턴트가 해야 할 일입니다.


6. 나에게 의사결정이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배운 건, 의사결정은 절대 쉬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데이터, 더 정교한 기술,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 

의사결정은 언제나 복잡하고 어렵운거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내린 이 결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클라이언트로부터 

“당신의 제안 덕분에 제가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모든 고민과 고뇌가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컨설턴트는 데이터와 전략 사이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기술과 인간, 분석과 직관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역할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찾아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기술은 더 정교해질 것이고, 데이터는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사람들과 함께 방향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컨설턴트의 역할입니다.

"의사결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방향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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