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보여야 했던 나, 결국 무너질 뻔했다

감정을 버티는 방식 대신,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by 심지헌

“괜찮아요.”
나는 늘 그렇게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차분한 말투로, 마치 감정이라는 게 없는 사람처럼.

잘하고 싶었다.
아니, 흔들리지 않아 보이고 싶었다.

회사에서든 팀에서든,
내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는 불안해하고,
누군가는 믿음을 놓아버릴까 봐.
그래서 감정은 항상 내 뒤로 미뤄뒀다.


문제는,
내가 정말 괜찮은지 묻지 않게 된 순간부터였다.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핸드폰을 내려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사람들이 나를 부대표님, 그룹장님, 본부장님이라 부르는 그 몇 글자에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답답했고,
어느 날은
한마디 말이 너무 날카롭게 꽂혔고,
어느 날은
모두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웃으며 대답하되,
속으로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못했던 것도 아니다.
성과는 있었고, 문제도 잘 해결했다.
오히려 주변은 내게 말했다.


“~~님은 진짜 멘탈이 강하세요.”
“~~님은 감정 기복이 없어서 믿음이 가요.”


그 말들이 나를 지탱해준 동시에,
더는 힘들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

리더는 감정이 있어도 안 되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괜찮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잠이 안 오고, 입맛이 사라지고, 피곤이 풀리지 않는 날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씻어도 개운하지 않은 하루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마음의 알람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감정을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감정은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게 도와주는 신호였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나약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혼잣말부터 바꿨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

“지금 나는 조금 지쳤어.”
“그래도, 내가 나를 지켜줄 거야.”

그 작은 말들이 나를 다시 조금씩 붙잡았다.


아직도 가끔은
괜찮은 척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게 너무 오래될 때, 내 감정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걸.

그리고 그 말을,

이젠 듣고 싶다.




감정 메모

책임이 클수록 감정은 사라져야 한다고 믿었지만

감정이 있어야 책임도 오래 갈 수 있다

나는 지금, 나의 감정을 지키는 리더가 되려 한다


이 글이
“오늘도 괜찮은 척을 하며 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공감이 되었으면 한다.
당신도,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