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잘못의 증거일까, 책임의 증거일까

실수하지 않아도 불안한 이유

by 심지헌

불안은 이상한 감정이다.
잘하고 있어도,
아무 문제도 없는데도,
심지어 ‘지금은 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가끔 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어디서 실수했나?”
“혹시 누가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곱씹어도 떠오르는 실수는 없다.
일도 순조롭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큰 충돌은 없다.
그럼에도 마음은 계속해서 신호를 보낸다.
뭔가 이상해. 조심해야 해.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예전엔 그런 불안이
‘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능력이 모자라서,
확신이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믿었다.

그런데 리더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불안은 여전했다.
성과가 나고, 주변에서 인정도 받았는데도
나는 여전히 가슴 어딘가가 답답했고,
자꾸만 다음 실수를 예감하듯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게 있다.
불안은 실수의 전조가 아니라,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는 걸.

리더라는 자리는
무언가를 ‘통제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자리’다.

누군가의 신뢰,

팀의 안정감,

브랜드의 무게,

그리고 내 이름으로 서 있는 책임.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다 보니
실수가 없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불안은
‘이 일을 내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온다.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오고,
‘이번에도 잘 넘기고 싶은 간절함’에서 자라난다.

그래서 불안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이다.


하지만 이 불안을
오래 쥐고 있으면 문제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아도
‘곧 실수할 것 같은 사람’처럼 나를 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게
자존감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나는 요즘, 불안을 느낄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 불안한 이유가 정말 ‘실수’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불안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책임감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불안의 의미를 다시 이해하는 것.
그게 리더로서의 마음을 지키는 첫 번째 연습인 것 같다.

실수하지 않아도 불안한 당신,

그건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진심으로 지키려 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감정 리더의 질문

지금 불안한 건 실수 때문인가, 책임감 때문인가?

내가 불안할 정도로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불안을 부정하지 않고, 그냥 함께 가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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