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가 혼자서 새끼를 낳았네

by 희도

메리가 혼자서 새끼를 낳았네

메리가 혼자서 새끼를 낳았네

초겨울 찬 바람 늦은 월동 준비에 정신 놓은 날
세살문에 창호지 바르고 말리며 부산 떨던 날
상할매 따뜻한 방 귀퉁에 앉아 화투짝 패 띠어 딱 떨어뜨리던 그 밤
겨울 찬 바람이 기어이 흰 눈에게 세상 포근히 덮여 내려앉던 그 밤
메리는 혼자서 새끼를 낳았네

월동 준비도 없이 산실청도 세우지 않고 산파 하나 두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낳았네

오메오메 환장하겄네잉 시상에 미안하지 않은 것이 있것냐마는 춥다고 볏단 헐어 마루 아래 꺼덕꺼덕 깔아 준 거이 단디 미리 모냥이나 좀 내보던지 허제 암시랑도 않게 돌아댕기고 밥 잘 묵고 허길래 내처 있을랭게비다 했제 니도 참 거시기허다 어째 이리 나를 욕멕힌다냐 짐승도 목숨 붙은 거는 사람이랑 매 한가진디 얼매나 춥고 외로왔을 것이여 오메 환장하겄네

바쁜 걸음에 자꾸 벗겨지는 고무신, 정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허빈다
작은 방 정지 한편에 마른 볏가리 깔아 담요 한 장 올려 준다

미역이 없이야 있다 혀도 너한티 미역국 끓이 줬다간 내가 죽을 것이여 대신 시래깃국 푹 과서 따땃하게 끓이줄팅게 너무 서운타마라잉 니가 내 속장을 알겄냐 사람도 새끼를 나믄 힘들고 퍼지는디 하물며 짐승이라고 다르것냐 말을 해야제 이것아


쉼 없이 궁시렁대면서도 처마 밑 시래기 걷는 손길은 더없이 다정하다

마루 밑 기 들어가 뺏으려는 할매와 뺏기지 않으려는 메리는 계속 줄다리기를 한다
추운 날 더 시들해지고 얼까 봐 산후조리도 시켜야겠고
처음 나와보는 세상 혹한에 얼매나 놀랬을까 싶어 다독이고도 잡고
할매 맘은 바빠 죽는데

제 한 몸 시들하고 뻗치는 걸 딛고 버티며 이제 막 세상에 내놓은 제 새끼

어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메리는 신경이 날카롭다

어미가 되어 놀라고 당황스러우면서도 가슴에 부는 뜨거운 바람을 용케도 눌러

헉헉대는 숨을 잡는다

오메 속 터져 디져블겄네잉 짐승까정 나를 무시하고 콱 기냥, 밥을 안 줘부까부다잉
니가 내 속장을 알것냐 꺼져 들어가는 내 속을 누가 알꺼이냐마는 너는 알아야제 너는 알아야 안 쓰겄냐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아래로 눈물이 맺힌다

근디 말이다 메리야 나도 혼자서 났시야

시어매 애 낳는 날 해필 같이 산통 오는 바람에 나도……

혼자서 나았시야

마루 위 상할매 담배 위로 낮은 연기가 잠을 잔다

금요일 연재
이전 01화화엄매* 꽃 피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