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등

by 희도

할아버지 등



서까래에 들러붙은 매미는 숨죽인 소리로 운다

시끄럽게 우는데도 할아버지는 모른다

할아버지 시끄러운데?

다리나 잠 볿아 봐라 물팍이 애린 것이 비가 올랑가

문득 알았다 내 할아버지는 애진간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을


흙내를 쫒은 무릎은 빗장 걸리는 소리를 내며 울고

앙상한 뼈에 걸린 발가락은 빗장을 비켜 운다
어스름 길 누렁이의 무릎이 내 발 아래 어슬렁거리는 것은

저놈의 형광등 불빛이 흐린게다
움츠러든 매미는 어둠을 짊어지고 길게 누운 그림자만 고단하다


희미한 형광등 아래 밤은 깊어 가고 메리는 짖는다

작은방 문 대차게 열린다

울 할매 혹시나 하고 열었을 거인디 저 실망을 어쩌나 눈에 보이네
집 나간 아들놈 돌아오나 싶어 얼렁 열어봤을 거인디

휑하니 바람만 훑고 지나니 왜 아니 붉어지겄어

울 할매 또, 속 시끄럽겠네
보태지는 야속 정에 괜한 매미만 등 터지겠네

세월 속 심은 그리움도 바람에 실어 보낸 애틋함도

가슴을 후비고 오는 한숨을 어찌 알겄어
문턱에 올려진 바늘은 숨 한 자락에 오래 참았던 눈물을 깁는다

매미는 소리 없이 울고 마당에 선 그림자는 이리저리 흔들린다

메리 시끄랍다!
저눔의 개새끼 퍼뜩허믄 짖어싸코 지랄이여 지랄이. 안들어가냐?

건넌방 상 할매 화투짝 패 안 띠어지나 보다
불똥이 메리한테 튀는 것이
애먼 메리만 무색하겠네
아침이면 울 할매 담배 냄새 오지다고 궁시렁대겠네

시어매 타박은 못 하겠고 궁시렁만 늘겠네
작은방 며느리 속상할까 봐 밤새 오사게 피워댄 담배를 할매라고 모를까
접은 날개 아래 밤은 민망하고 벌레 소리는 서늘하다

돌아누운 할아버지 등이 무겁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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