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그 사람 동생에게 들은 얘기지만 그날 밤 그 사람의 어머니는 회사에 가서 포커를 치고 앉아 있는 그 사람을 잡아 왔다고 했다. 쉬 잡아 온 걸로 봐서는 늘상 있는 일이기도 한 모양이었다. 내가 아침에 한 말은 깡그리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그 놀이에 빠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즐거움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들었다. 그 사람의 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말했는데도 술 마시는 그 분위기를 깰 수가 없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고. 그 술자리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고. 그런 인간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본인의 즐거움이 기쁨이 먼저인 사람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 개차반. 오늘 느낀 나의 이 싸한 예감은 그때 내가 느낀 느낌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았다.
아니…. 좋았다.
그 싸함을 혼자선 해결이 안 되지 싶었다.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그 사람의 어머니와 동생을 소환했고 두 분은 퇴근하는 그 사람을 잡아 왔다. 근 일 년 분의 월급의 행방을 대지 못했다. 결국 그 사람의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노름했냐고. 그 사람은 모른다며 고개를 돌렸고 그 어머니의 손은 올라갔고 막지 않고 맞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맞나 보다. 잘 못 들은 줄 알았던 단어가 확실하게 내게 파고들던 순간이기도 했다.
노름? 이건 또 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노름은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너… 노름까지 하고 다녔니?
노름. 그 빌어먹을 이름에 엄마를 잃었다. 엄마의 노름빚을 할아버지가 갚기로 하셨다.
그럼 됐지 왜 이혼이야? 묻는 내게
“노름은 장사 없다. 또 한다. 손을 잘라도 한다. 그것이 노름이라는 것이다.
나라고 내 새끼들 키워 준 사람 은공 모르겠냐만, 다른 것은 다 넘어가도 노름은 안된다.”
모르겠으나 알 것도 같았다. 중독. 할 말이 없었고 진정 아파하면서 엄마를 보냈다. 보내야만 했다.
내게 가장 큰 상처가 되고 엄마를 앗아간 빌어먹을 것.
그래서 난 화투가 됐든 카드가 됐든 그 무엇도 배우지 않았다. 노름이 싫어서.
그래서일까. 그쪽으론 재능도 없었다. 누구나 고스톱 정도는 한다고 가르쳐 준다기에 잠깐 배웠는데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저 머리로 공부한 것 맞냐고. 어떻게 이렇게 못 할 수가 있냐고. 하다 하다 이렇게 멍청한 여자는 보다보다 첨 본다고 했다. 다시는 이쪽 판에 얼굴도 돌리지 말라고 핀잔만 잔뜩 들었다. 내가 한댔나 지들이 가르쳐 준다고 설레발쳐 놓고. 하여간 남자들은 안되면 여자들 잘못이다.
어쨌든 그쪽과 난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를 앗아가더니 이젠 기회를 주고 있지 않은가.
괴물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 괴물인 노름. 이건 답이 없다. 하다 하다 이젠 노름까지 한단다.
지금까지도 너는 개였다. 때리는 것을 빼고는 정말 시답잖은 남자들이 한다는 짓은 다 하고 다니는 너를 모르던 내가 아니었다. 간단하게 동료들과 포커 정도는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큰돈 오가는 노름판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