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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달의 표식

by 해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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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온통 붉은 피뿐이었다.


하은은 달빛이 비치는 넓은 마당에 서 있었다. 한복을 입은 여자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모두 하얀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얀 가면을 쓴 듯한 형체만 보였다.

달은 유난히 컸다. 마치 세상을 삼킬 듯한 크기의 보름달. 그런데 달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월식이 시작된 것이다.


"피의 의식을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중후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은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도 하얀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손목에는... 달 모양 흉터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중앙에 놓인 돌제단 위에 누군가가 누워 있었다. 남자였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치유자의 피를 바치십시오."


하은의 손에 갑자기 비수가 쥐어졌다. 달 모양 장식이 달린 은빛 비수. 손에는 비수를 들고 발걸음은 저절로 돌제단을 향했다.


"안돼... 하지 마..."


하은은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비수를 든 손이 점점 제단 위의 남자에게 가까이 갔다.


"이것은 운명. 피는 흘러야 한다..."


여자들의 합창이 들려왔다. 하은의 손목에서 흉터가 더 강렬하게 빛났다. 뜨거웠다. 타는 듯한 고통이 온몸을 휩쓸었다. 비수가 제단 위 남자의 가슴을 향해 내려갔다. 그때,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하은은 숨을 멈췄다.


강태오였다.


"하은아..."


태오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은의 손에 쥐어진 비수가 그의 가슴을 찔렀다. 핏물이 솟구쳤다.


"안돼!!!!!"


하은은 절규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또 이 꿈이야..."


하은은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새벽에 집에 오자마자 잠들고 꾼 꿈을 아침에 다시 잠들고서는 또 꾼 것이다. 아니, 꿈이라기보다는 악몽에 가까웠다. 너무 생생해서 실제처럼 느껴졌다.


***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오전시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 어제 일어났던 일이 마치 환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손목의 달 모양 흉터가 아직도 따끈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환상은 아니었다. 강태오는 뱀파이어였고, 그녀는 '마지막 치유자'라는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이른 새벽, 태오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출입구에 특별한 부적 같은 것을 붙이고 갔다. 누구도 그녀의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게 하는 보호 장치라고 했다. 오늘 저녁, 다시 찾아와 모든 것을 설명해주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하은은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카페인이 필요했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커피를 마시며 하은은 다시 꿈에 대해 생각했다. 달빛, 월식, 피의 의식... 그리고 '치유자의 피'라는 말. 모든 것이 조각조각 연결되는 듯했지만, 전체 그림은 여전히 흐릿했다.


"할머니..."


하은은 할머니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라면 이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할머니는 1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평생 하은을 키워주셨고, 가끔 '우리 가문은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불현듯 깨달음이 스쳤다. 할머니의 유품들. 아직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한 할머니의 물건들이 다락방에 그대로 있었다. 어쩌면 거기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은은 서둘러 다락방으로 향했다. 오래된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할머니의 평생이 이 상자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가장 오래돼 보이는 상자를 집어 들었다. 먼지가 자욱했다. 상자를 열자 낡은 천으로 싸인 물건들이 나왔다. 오래된 사진첩, 편지뭉치, 그리고... 가죽으로 싸인 작은 책 한 권.


하은은 그 책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가죽 표지는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갈라져 있었다. 표지에는 한자로 무언가 쓰여 있었지만, 하은은 읽을 수 없었다.


책을 열자 낡은 한지에 정갈한 붓글씨가 가득했다. 대부분은 한자였지만, 간간이 한글도 섞여 있었다. 날짜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일기장 같았다.


"의녀 서월...?"


첫 페이지에는 '의녀 서월'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월. 하은의 성과 같았다. 아마도 먼 조상인 듯했다.

하은은 책장을 넘겼다. 대부분의 내용은 한자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려웠지만, 한글로 쓰인 부분을 찾아 읽어 내려갔다.


"...보름달이 붉게 물드는 날, 월식의 비수가 운명을 가르리라. 마지막 치유자의 피는 저주를 풀기도, 영원한 어둠을 부르기도 한다..."


하은은 숨을 멈췄다. '월식의 비수'와 '마지막 치유자'. 꿈에서 들었던 그리고, 어제 태오에게 들었던 단어들이었다.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왕의 명으로 저주받은 자를 치유하려 했으나, 그것이 우리 가문의 운명을 바꾸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달의 표식을 가진 자만이 피의 의식을 주관할 수 있으니..."


'달의 표식'.


하은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달 모양 흉터. 그것이 바로 '달의 표식'인 것일까? 책장을 더 넘기자 접혀진 종이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펼쳐보니 그것은 지도였다. 낡고 바랜 지도였지만, 서울의 옛 지형을 그린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지점에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 지도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비수가 숨겨진 곳. 오직 달의 표식을 가진 자만이 찾을 수 있으리."


하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었고,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상자를 더 뒤지자 작은 비단 주머니가 나왔다. 그 안에는 작은 은색 열쇠가 들어 있었다. 열쇠의 손잡이 부분은 초승달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이건..."


하은은 열쇠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오래된 것 같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 열쇠가 무엇을 여는 것인지 궁금했다. 다락방을 더 샅샅이 뒤졌지만, 열쇠에 맞는 자물쇠나 상자는 찾을 수 없었다. 하은은 일기장과 지도, 그리고 열쇠를 챙겨 다락방을 나왔다.


시계를 보니 이미 늦은 오후였다. 이제 레드 벨벳으로 출근해야 한다. 하은은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불안감이 일었다. 어젯밤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출근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 그가 말한 대로, 레드 벨벳은 안전한 중립 지대니까..."


하은은 중얼거렸다. 태오는 클럽이 모든 뱀파이어 클랜에게 중립 지대로 인정받고 있어서, 그곳에서는 그녀를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설명했었다.


블랙 청바지에 붉은색 블라우스를 입고, 가벼운 가죽 재킷을 걸쳤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진하게 화장을 했다. 마치 갑옷을 입는 기분이었다. 완벽해 보이는 외모로 내면의 불안을 감추고 싶었다. 일기장과 열쇠는 가방에 넣었다. 태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가 이것들의 의미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을 나서자 선선한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다. 태양이 서서히 지고 있었다. 하은은 평소보다 주변을 더 경계하며 걸었다.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지하철로 강남역에 도착한 후, 하은은 곧장 레드 벨벳으로 향했다. 아직 클럽이 오픈하기 전이었지만, 직원들은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은 씨, 괜찮아? 어제 그 일 때문에 많이 놀랐겠네."


매니저 지민이 하은을 보자마자 물었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여성 손님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때 잠시 전화를 하느라, 밖에 있어서 나중에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네, 괜찮아요.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하은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 이제 그녀는 그 사건이 단순한 탈수 증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뱀파이어의 공격이었을 것이다.


하은은 바 카운터로 향했다. 오늘의 재료를 점검하고, 특별 메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에 집중하면 불안한 생각들이 조금은 잊힐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클럽이 오픈했다. 평일이었지만, 레드 벨벳은 항상 손님이 많았다. 특히 하은의 칵테일을 맛보기 위해 오는 고객들이 상당했다.


하은은 평소처럼 칵테일을 만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내 클럽 입구를 바라보며 태오를 찾고 있었다. 그가 오늘 클럽으로 오겠다고 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블러드 문 한 잔 주세요."


낯선 여성의 목소리에 하은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여성은 한 마디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검은 긴 생머리가 클럽의 붉은 조명빛을 반사하며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고, 완벽한 계란형 얼굴에는 조각상처럼 정교하고 우아한 이목구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눈은 마치 깊은 우물처럼 사람을 빨아들일 듯했다.


"민서아 대표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지민이 다가와 인사했다. 민서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차가웠다.


"오늘은 이 분의 칵테일이 궁금해서 왔어요."


민서아의 시선이 하은에게 꽂혔다. 그 눈빛에는 호기심보다는 경계, 아니 적대감에 가까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하은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이 여성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아마도 뱀파이어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블러드 문 한 잔 나왔습니다."


하은은 최대한 담담하게 칵테일을 내어주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민서아는 칵테일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눈이 잠시 커졌다.


"흥미롭군요. 이 맛은..."


그녀는 하은을 자세히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마치 X-레이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당신이 서하은 씨군요. 강태오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그녀의 입에서 강태오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하은은 경직되었다. 민서아의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질투, 분노, 그리고 집착.


"강태오 사장님 지인이신가 보네요."


하은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민서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아름다웠지만, 바늘처럼 날카로웠다.


"사장님? 당신에게 자신이 누구라고 말한 거예요?"


민서아는 칵테일 잔을 내려놓고 바 카운터에 몸을 기댔다.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빛을 반사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달 모양의 펜던트였다.


"강태오는 내 약혼자예요."


하은의 가슴 한 켠이 묘하게 아파왔다.


약혼자?


태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어제 한 번 봤을 뿐이고, 그들의 관계가 뭐라고 정의할 만큼 깊지도 않았지만, 왜 배신감이 드는지.


"아, 그러시군요. 저에게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바텐더일 뿐이예요."


하은은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민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군요, 서하은 씨."


민서아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주변의 소음에 묻혀 간신히 둘만 들을 수 있었다.


"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이겠군요. 당신이 태오와 함께 있는 것을 봤어요. 내 약혼자와 그 야심한 시간에 왜 같이 있었을까요? 유혹이라도 하시려고?"


하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였다. 오늘 새벽? 그러면 민서아는 그 골목에서 있었던 일도 알고 있다는 뜻인가?

"전 아무도 유혹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새벽에 강태오 씨와는..."

"같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는군요."


민서아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눈에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마치 태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은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건 경고예요.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세요. 당신 같은 인간이 우리 세계에 발을 들이면 좋을 거 하나 없어요."


민서아의 목소리에는 이제 노골적인 위협이 담겨 있었다. 하은은 공포를 느꼈지만, 동시에 이상한 용기도 솟아올랐다.


"제가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고 확신하시나요?"


하은의 질문에 민서아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하은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흉터를 슬며시 드러냈다. 민서아의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었다.


"그것은…!"


민서아의 안색이 변했다. 놀라움과 공포가 섞인 표정이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하은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민서아의 반응을 보니, 이 흉터가 정말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 같았다. 민서아는 이내 표정을 추스렸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위협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다시 접근하면 살려두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과 함께, 눈동자가 완전히 붉게 변했다. 순간적인 현상이었지만, 하은은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하은의 흉터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민서아는 칵테일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웠다. 그리고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밤 되세요, 서하은 씨. 아,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하은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달의 표식이 당신을 구하지는 못할 거예요.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민서아는 그렇게 말하고 클럽을 빠져나갔다. 하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달의 표식'.


그녀는 또 어떻게 그 표현을 알고 있는 걸까? 일기장에서 본 그 단어를 말이다. 하은의 가슴이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민서아의 위협은 단순한 질투를 넘어선 것 같았다. 그녀는 하은의 정체, 또는 적어도 그 흉터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하은 씨, 괜찮아?"


지민의 목소리에 하은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네, 괜찮아요. 그냥 좀 피곤해서..."


하은은 일에 집중하려 했지만, 민서아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달의 표식', '운명', 그리고 '살려두지 않겠다'는 위협.


그날 밤, 하은은 계속해서 태오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민서아의 말이 사실일까? 태오는 정말 그녀의 약혼자인 걸까? 하은은 혼란스러웠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세계는 단순했다. 그녀는 그저 재능 있는 바텐더였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뱀파이어의 존재, '마지막 치유자'라는 그녀의 정체, 달 모양 흉터의 의미, 그리고 강태오와의 미스테리한 연결고리.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새로운 운명으로 이끌고 있었다.


클럽을 나서며 하은은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이제 그녀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민서아 같은 뱀파이어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을 테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은은 가방 안의 일기장과 달 모양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그 안에 모든 비밀의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그 비밀을 파헤칠 결심을 했다.


'월식의 비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을 바꿀 열쇠일지도 모른다. 하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달이 보였다. 아직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보름달이 뜨는 밤,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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