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환자의 하루: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새벽의 불꽃
인생은 롤러코스터라고들 하지만, 종종 내 하루는 그보다 더 극적이다. 롤러코스터는 적어도 정해진 레일 위에서 움직이지만, 때때로 나의 감정은 그 어떤 궤도도 예측할 수 없다. 수천 개의 별들이 동시에 반짝이다가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것처럼, 혹은 잔잔하던 호수가 갑자기 폭풍우에 휩싸이는 것처럼, 때때로 나의 감정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춤을 춘다.
새벽 세 시에 시작된 그날의 내 두 눈은 깊은 어둠 속에서 떠졌다. 그 순간, 마치 반짝이는 수많은 전구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수많은 생각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여보, 나 좋은 생각이 났어!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나를 보며 남편이 잠든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과 걱정이 섞여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 머릿속은 이미 화려한 불꽃놀이장이 되어있으니까 말이다.
"저기... 자기야? 지금 새벽 세 시야."
"에이, 시간이 어때서! 진짜 이번에는 대박 아이디어야!. 이거 봐 봐, 이 사람도 아이 키우는 육아맘인데, 집에서 월 천만 원을 번대! 근데 지금까지 내가 알던 방법들하고는 좀 다른 거 같아! 이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꼭 보물지도를 발견한 해적처럼, 성공 후기들을 탐욕스럽게 찾아 헤맨다. 가슴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디어의 폭포수
새벽 네 시, 어느샌가 노트북을 펼치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미뤄뒀던 유튜브 채널 기획안, 인스타그램 릴스 제작 캘린더, 공구 아이템 상품 기획까지.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울 정도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성공한 미래의 내 모습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1개월 차: 구독자 1만 명 달성'
'2개월 차: 브랜드 협찬 시작'
'3개월 차: 수익화 시작...'
계획을 세우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꼭 모든 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짜릿함이 느껴진다.
창의력의 날갯짓
새벽 다섯 시, 아동복 쇼핑몰 도매 사이트를 둘러보며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는다. 클릭할 때마다 미래의 공구 수익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 원피스 예쁜데?! 이거 샘플로 한 5개 정도는 사놔도 될 거 같아. 오, 이 신발도 괜찮은데? 이것도 컬러별로 사야지. 아이들 등원할 때 편할 거 같아!"
각각의 아이템을 고르면서 이미 우리 아들에게 입혀 영상을 찍는 상상을 한다. 조회수가 올라가는 모습, 댓글창에 달리는 주문 댓글들, 늘어나는 팔로워 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그려진다.
부푸는 꿈의 풍선
새벽 여섯 시, 이번에는 반드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겠다는 의지로 영상을 위한 장비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각종 리뷰와 추천 영상을 보면서 내 장바구니는 점점 더 불어난다.
"촬영용 핸드폰이 없으니, 이왕 하는 거 카메라를 구입하는 게 좋겠지? 이 브랜드 카메라가 좋대. 아! 조명이랑 마이크도 필요하겠다!? 편집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하지?"
이때 남편이 조심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걱정과 애정이 동시에 담겨있는 듯했다.
"여보, 잠깐만."
"왜?"
"저번에도 비슷한 걸 했었잖아?"
남편의 말에 잠시 움찔한다. 하지만 곧 더 강한 확신이 밀려온다.
"아니, 그때랑은 진짜 달라! 이번에는 확실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은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마구 떠올라! 이번에는 진짜야!"
목소리에는 흥분과 자신감이 넘친다. 누군가가 내 온몸의 혈관에 빛나는 별들을 주입하면 이런 느낌일까. 온몸이 반짝이는 기분이다.
열정의 소용돌이
오전 여덟 시, 누군가 보면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게 후다닥 메이크업을 하고 첫 영상 촬영을 위한 연습을 시작한다. 거울 앞에서 아까 순식간에 작성해 둔 대본을 보며 막힘없이 말을 이어간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부터 제가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을 공유하려고 해요. 구독, 좋아요 부탁드려요!"
거울 앞에 선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평소보다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제스처도 커진다.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모든 것이 과장되고 풍성해진다.
변화의 바람
오전 아홉 시, 한참 촬영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번에 봤던 기사가 생각났어! 요즘 젊은 사람들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운동 유튜버들이 더 인기 많다는 거 같았어. 운동 영상도 찍어볼까? 이 참에 아들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서 아침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 버릴까? '일주일 만에 복근 만들기?' 이런 콘텐츠로 하면 조회수 잘 나오지 않을까?"
현실의 그림자
오전 열 시, 택배기사님이 초인종을 누른다. 어제 주문한 물건들이다. 상자를 열 때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여는 어린아이처럼 설렌다.
"이게 다 뭐야?"
남편이 택배상자를 보며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
"아... 사실 유튜브 채널 만드는 건 며칠 전부터 마음먹었었거든. 옷장 보니까 촬영할 때 입을만한 게 없더라고. 그래서 옷이랑, 필요한 것 좀 샀어."
"... 이게 다 얼마야?"
"자기야, 투자야 투자! 투자 없이 어떻게 시작해~! 내가 몇 배는 더 벌어올게."
꿈의 팽창
낮 12시, 핸드폰으로 보다가 알고리즘이 이끌어 준 요리 유튜버의 영상을 클릭했다가, 또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 주방을 둘러보는 내 눈빛이 달라진다.
"여보, 우리 집 주방 너무 정신없지!? 좀 대청소를 해야겠어. 말 나온 김에 지금 해야겠다!"
"지금 갑자기?"
"응! 이 영상 봤는데, 요리 콘텐츠도 괜찮을 거 같아서~ 한 번 해볼까 봐. 아주 간단한 집밥으로 시작해도 될 거 같아. 그러려면 주방이 깨끗하게 보여야 할 거 같아서~!"
무한한 가능성의 춤
오후 두 시, 한참을 주방에서 대청소를 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 패션 유튜버의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지치지도 않고 또다시 새로운 열정이 솟구친다.
"아니다! 그래도 여자들은 역시 옷이 최고인 거 같아! 옷하고 어울리는 액세서리도 같이 보여줄 수 있잖아? 옷 도매처들을 찾아봐야겠다!"
주방 대청소를 하다가 멈춘 채, 정리도 않고 다시 노트북을 펼쳐든다.
첫 번째 균열
오후 네 시, 열심히 옷 도매처들을 찾아보고 장바구니에 샘플로 할 것들을 담는다. 그리고 장바구니를 봤다. 순간, 가만히 장바구니에 담은 리스트를 다시 보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분명히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서 담았는데, 담은 것들을 다 같이 보니 이건 뭐... 컨셉도 없고, 스타일의 일관성도 없고, 계절의 통일성도 없다.
"나... 오늘 하루동안 뭘 한 거지...?"
처음으로 작은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마치 완벽한 하늘에 먹구름 한 점이 끼어드는 것처럼.
추락하는 별들
오후 다섯 시, 결국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멍하니 있다가 문득 신용카드 앱을 확인한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지하는 것 같다.
"헐... 이번 달에 벌써 카드를 200만 원이나 썼네... 오늘 며칠이지? 이제 고작 10일이네..."
숫자를 보는 순간, 마치 누군가가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 것 같다.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열정이 순식간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식어버린다.
어둠의 심연
저녁 일곱 시,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본다. 아침에 느꼈던 그 강렬한 에너지와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무거운 바위덩어리 같은 우울감만이 나를 짓누른다. 널브러져 있는 택배상자들이 나를 조롱하는 것만 같다.
"밥 먹어야지..."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난 괜찮아... 그냥 잘래..."
힘없는 목소리는 그냥 주저앉아 버린다.
희망의 달빛
"여보, 미안해... 결국 또 이러네..."
가슴 저 안 쪽에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길목을 막은 듯이 답답함이 밀려온다. 미안함, 후회, 자책감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괜찮아. 점점 좋아질 거야."
"왜 이렇게...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아냐, 그래도 내가 보기엔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어. 그냥 자기는 감정을 조금 더 크게 느끼는 것뿐이야."
늘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지칠 법도 한데, 그래도 여전히 따뜻하게 말해주는 그의 위로가 마음 한켠을 적신다. 마치 사막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끝나지 않는 여정
물론, 매일같이 이런 일상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런 하루도 나의 일상 중 하나이다. 롤러코스터보다 더 역동적이고, 그 어떤 놀이공원보다 더 스펙터클한 나의 하루 말이다. 때로는 높이 올라가고, 때로는 깊이 가라앉지만, 어쩔 수없이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꼭 끝없이 이어지는 우주의 롤러코스터처럼, 계속되겠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여정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또 때로는 이 극적인 감정의 곡선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그러면서 조금씩 스스로의 감정을 읽어갈 수 있게 될 것임을.
새로운 아침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스탠드 불빛만 희미하게 비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될까? 어쩌면 다시 불꽃같은 열정으로 시작될 수도, 차분한 잔잔함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도 더 이상 두렵기만 하지는 않다.
내 삶은 롤러코스터보다 더 스펙터클할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 안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때로는 반짝이고 때로는 숨어들지만, 결국 그것이 내가 빛을 내는 방식이니까.
"여보, 고마워."
"응?"
"그냥... 옆에 있어줘서..."
남편의 따뜻한 미소가 어둠 속에서도 느껴진다. 종종, 아니 어쩌면 자주 반복되는 이런 일상 속에서 이제 조금은 더 내일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폭풍 같은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나를 희망 속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