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신파
사람의 감정은 사람으로부터 태어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에 각색의 꽃들이 옅게 피어난다.
그 꽃에 쓰인 수많은 이야기와 봉오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수많은 감정을 피워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바라보는 것조차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순간순간이 새롭던 세계가 이제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클리셰에 불과하다.
우린 과연 얼마나 많은 인연을 스쳐가는가.
그렇다면 그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뿐 아니라,
나와 사물 사이의 인연
나와 감정 사이의 인연
나와 계절 사이의 인연
나와 너 사이의 인연
•••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연속 그 어딘가에서
내 주변 모든 것들과의 마주침을
우린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운명의 우연적 만남보다
서로를 어쩔 수 없이 끌어당기는
필연적 만남이 더욱 고귀한 인연이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너와 나 또한 그런 필연이었으면 한다.
어쩌다 만난 인연이 아닌, 어딘가로부터 서로를 항상 당기게 되는, 생각지 못해도 어느 순간 너에게로 돌아가는, 그런 인연이고 싶다.
뜬구름 바라보듯 언젠가 문득 사라질 인연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채울 수 있는,
우리가 함께 세상에 작용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그런 필연이고 싶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영화를 찍으며 세상을 살아간다고 한다.
스스로의 지나온 삶이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일을 그려내며 하루하루를 시나리오처럼 살아간다.
그렇다면 당신의 영화 속 등장인물은 스스로 그려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사건은 이야기를 끝맺기 위해서 필연적인 장면들이다.
그 필연의 연속 그 한가운데에서 너와 내가 존재하는 것이 신파라 비난한들 아무렴 어떠나.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을 마주하더라고
내가 너와의 노작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