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은 막아도 길바닥 철근 조각은 못 막아요
previously on 주재원 부인 https://brunch.co.kr/@jujaewonbuin/15
본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괜찮아 괜찮다
스스로 안심을 시키는데
마침 빨간불이 되어서 정지했다.
상황파악이 전혀 안되어
그냥 이대로 가면 되는 건가 하고 있는데
차 옆으로 경비원 언니가 오더니 나에게 뭐라고 소리쳤다.
창문을 내리고 번역기를 내밀었다.
당신 타이어 터졌다
움직이면 안 된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내가 차 펑크... 라고 하자 수화기 너머로 다른 직원분을 부르고 자기 회의 들어가야 하니 이제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for the record, 워딩 그대로임)
뚜 뚜..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여보세요 왜 말 안 하니...
이 노래가 자동재생되지 않는 당신 축하드립니다. MZ시군요.
이 노래 아신다고요? 제 친구이십니다.
..
...
......
섭섭해하지 말자.
지금 남편이 힘든 상황이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정을 지켜내는 프로 주재원 부인의 마음가짐.
그래도 야 이건 쫌 나야 회사야... 누가 보면 사장님인 줄... 이 회사는 왜 만날 똥을 투척해 놓고 남편을 파견하는 거냐.
다른 직원분 연락이 왔다.
그분께 위치를 전송하고 기다렸다.
다행히 도로 옆 회사는 폭스바겐이었다.
회사 주변에 튼튼한 울타리가 있었고 입구에 똑똑하고 친절한 경비원 언니가 있었다.
내가 차에서 내려 전화를 하자 언니가 다시 다가왔다.
밖에서 전화하면 안 된다.
여기 들어와서 전화하세요.
차 안에 소지품 다 빼라.
차 잠갔나?
언니의 배려로 나는 소지품을 챙겨 철창 안 주차장 부지로 들어왔다.
이차선 도로 중 한 차선을 막아버린 내 차 때문에 다른 차들이 빵빵 난리가 났다.
경비원언니가 가서 뭐라고 크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차들이 오고 언니가 계속 설명할 순 없었기에 분노의 빵빵이는 끝없이 울렸다.
도로를 저렇게 막아도 되나 불안해서 언니에게 물어보니
당신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둬라.
마침 오늘부터 날이 더워졌다.
타오르는 뙤약볕 아래에 서서 나는 이 상황을 나와 분리시켜 생각하기로 했다.
난 지금 영화를 보는 거다..
철창에 매달려 하염없이 차를 쳐다보다가 타이어를 찍어보았다.
아니 타이어 바닥 아니고 옆면에 구멍이 났는데요?
언니 왈
너는 도로 옆에 부딪혔다.
도로 옆을 보니
날카롭고 두툼한 철선들이 삐죽삐죽
왜 그게 도롯가에????
내가 들어온 곳을 가만히 보니 폭스바겐 차량 전시장과 함께 차량 수리하는 곳이 보였다.
그리고 내 차는 폭스바겐이다!
언니. 내 차를 여기서 수리할 수 있다?
응 들어가서 물어보겠다.
곧 누가 나와서 뭐라고 하는데 번역기가 잘 안 돌아갔다.
갤럭시 최신 기종 사 왔는데 뭐 자동으로 번역이 되고 어쩌고 광고 쌩 구라다. 조용한 연구실에서 가만가만 대화하는 거로 테스트했나 보다. 실전 현장에서는 못 써먹는다. 폰을 내 입 가까이했다가 저 사람 입 가까이에 줬다가 그것도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줘야 번역이 된다. 이럴거묜 구글번역기 쓰지 갤럭시 뭐가 다르니?
(저 위에 언니와의 대화까지는 구글번역기 씀)
그 와중에 회사에서 대형트럭이 빠져나가려고 했고 내 차가 입구를 막고 있었기에 차를 빼야 했다.
내 차를 여기 안에 주차가 가능하다?
오케이
그래서 조심조심 차를 내부에 주차했다.
다행히 곧 보험수리공이 도착하고 이어 날 도와주실 귀인께서 택시를 타고 와주셨다.
나는 차 트렁크에 스페어타이어가 있는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며칠 전 한국에서 내 차 트렁크 뚜껑 안에 삼각대 붙여져 있는 거 중고차 딜러가 체크하는 거 본 이후로 충격.... 차량 삼각대 늘 사야지 했었는데 달고 다녔다니..
수리공이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는 동안 귀인께서 마치 긴급출동서비스를 온 보험사 직원처럼 나를 다독이며 커피를 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Kindness saves the world
보고 있나 남편
이분께는 내가 진심 감사의 의미로 옷에 둘둘 말아 소중하게 반입한 고향의 별미 뻔데기캔을 선물하려고 한다. (교포에게 그렇게 벌레다리가 생생하게 붙어있는 험한 음식을 선물하면 안 된다고 남편이 말림)
교포께서 말씀하시길 이제 곧 휴가기간인데 스페어타이어는 놀러 다니기에 약하니까 정식 타이어를 끼워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 남편은 휴가기간인데 또 출장 갔어요. 선생님 같은 사무실인데 모르셨어요?
왜 희망고문 하셨어요.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차를 잠그고 안에만 있으면 괜찮다고 하셨다. 그분은 온화하게 웃으며 "방탄차니까 안에 있으면 안전해요"라고 하셨다.
아니 선생님
포인트가 이상한데요...
차 잠그고 앉아있으면 되니까 걱정 말라고요..
우리나라는 비/트/밖/스
사고 나면 무조건 차 밖으로 나가라고 배웠는데
대체 여긴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왜 길에서 전화하면 안 되는 건데요.
여기는 내차에 맞는 타이어가 없다고 하여 타이어 재고가 있다는 지점을 소개받아 그곳으로 이동했다.
현지어를 못하니 나는 그저 투명인간이 되어 구석에 앉아있었고 귀인이 일처리를 해주셨다.
화려하게 입은 언니가 아이패드를 갖고 오더니 귀인과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하고 한참 이야기 하더라. 지인인 줄(그냥 일처리였음). 나한테도 반갑게 이야기하려는데 애써 눈길을 피했다.
저는 이나라 말을 못 합니다(외국어).
나중에 남편이 이 말을 한 음절씩 따라 하게 시키며 외우게 했다.
타이어를 간 후 아이를 픽업하고 집으로 와서 장 본 걸 꺼냈다.
시원하라고 제일 아래에 넣어 두었던 냉동피자가 내 마음처럼 후줄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