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순한 원인을 모르는 일반인들을 위해 기술자들이 존재한다
previously on 주재원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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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일을 하는데 뒷문 초인종이 울렸다.
finally
이제사?
終乃(종내)
Oh làlà
관리실이다.
문을 열고 아저씨에게 번역기를 내밀었다.
이 슬리퍼로 갈아 신어 주시겠습니까?
예전 외국생활에서 겪어본 게 있어서 이번엔 미리 신발 준비를 해놓았다.
가구도 없이 지금 바닥생활 하고 있는데 밥상 위를 신발 신고 다니게 둘 순 없다.
앗 근데 아저씨 발이 넘 커서 준비한 슬리퍼가 안 맞는다.
그렇다면
내 족저근막염 슬리퍼를 벗어 아저씨에게 줬다.
난 왕발이다. 헤헤
문제가 시작된 1번 화장실로 안내했다.
찬물 꼭지를 열어 물이 안 나오는 걸 확인한 아저씨는 샤워실에 들어가 벽 위에 붙은 꼭지를 돌렸다.
... 찬물이 콸콸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수도 메인밸브가 왜 샤워실 윗 벽에???
내가 처음 온 날 (넌 샤워필터의 소중함을 몰랐지... 쏘우 목소리로 읽어주세요) 해바라기 수전 쓰려고 이거 저거 만져봤는데 그때 돌렸던 거 같다.
아저씨에게 한국식으로 90도 인사를 하며 배웅했다. 그러다가 앗 생각이 나서 밖에 어떻게 나가냐고 물어봤다. 번역기로 대화하는데 영 대화가 매끄럽지 않았다.
아무튼 이 어이없는 일이 관리실에서 집주인에게로 전해지고, 집주인에게서 남편에게 연락이 갈걸 생각하니 민망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난 이제 부자다.
변기부자.
너 집에 변기 몇 개야.
내가 말이야 집에 물 내려가는 변기가 5개가 있는 사람이다.
어이없는 밸브 사진을 보여주고 싶지만 지금 1번 방에는 애가 낮잠을 자고 있다. 낮잠 자는 애는 절대 깨우면 안 되므로 사진을 못 찍었다. 깨면 놀아달라고 한다. 커튼치고 문 닫고 온습도 쾌적하게 해 주고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누가 보면 영유아인 줄.
근데 나중에 글 쓰려고 현장답사로 화장실 살펴보며 발견했는데, 화장실마다 샤워기 위쪽에 메인밸브가 있다. 심지어 부엌도 벽 꼭대기에 밸브가 있네?
이 말인즉슨
다른 화장실은 냉수가 나오던 것이다.
내가 무슨 바보짓을 한 건가..
,,...
아직 남편은 내가 벌인 이 바보대소동을 모른다.
왜 여태 모르는가?
그는 갔다.
두 번째 출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