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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령 Oct 08. 2024

여덟 번째 여행지
<부산진구ㆍ수영구 - 수술 후 첫 외

부산에서 행복하기 시즌 1

방문일  2024년  5월 7일

5월은 마음과 몸이 분주하니 붕붕 뜬다.

어버이날을 챙겨야 하고, 부처님 오신 날 구경도 해야 하고, 봄꽃들이 경쟁하듯 여기저기서 폭발하듯 개화하니 나도 여기저기 다녀야 하고, 옷장 속 옷들도 가벼운 것으로 다시 정리해야 하는 시기다.

담석증 수술은 정말 잘 되어 큰 고통 없이 회복되었다.

시어머니를 중심으로 시댁 어른들이 모처럼 모여 회동동에 있는 기와집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다.

남편은 사 남매라 다 모이면 식당 룸 하나가 꽉 찬다.

결혼 생활 22년 나도 흰머리가 생겨나고 시어른들도 시간의 흔적이 얼굴과 몸에 깊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은 태어난 생명에겐 늙고, 사라짐의 방향으로 흐른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더 고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원하지 않으니 순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애달프고 눈부실 것이다.

곧 등나무 꽃이 질 것 같아 시어른들과 점심 식사 후 서둘러 헤어지고 남천동으로 이동했다.

꼭 오늘이어야 하는 이유는 내일은 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제법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주말엔 지정 주차장이 복잡하다고 해서 입구 쪽 유료 주차장에 주차했다.

와~ 여기 진짜 동남아인 걸!

이곳은 전혀 정리되지 않고 정리할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 그게 또 여기만의 독특함을 이룬다.

여기저기로 미로처럼 이어진 팥빙수 가게.

이층에 이런 나무판을 지나면 등나무  꽃이 아래로  흐른다.

지고  있었지만  예쁘네~^^

남편과  앉을  적당한 좌석을 찾아 미로 같은  가게를 오르락내리락 분주하다.

맘에  속 드는  자리를 찾아 팥빙수를 주문해 가져온다.
녹차  맛이  진하다고  해서  주문할  때 녹차가루를  빼달라고 두 번이나  말했다.

나는 달달한 순수 팥이 좋다.

가격이 4천 원. 

더 비싸면 안 될 만큼 간단한 얼음+ 팥 +우유=끝. 간단한 재료들로 이루어진 한 그릇의  팥빙수 었지만, 알맞게 삶긴 달달한 팥이 너무 맛있었다.

남편이 "그래도 밑에 우유 쪼~끔 있네."

라고 해서 나도 열심히 숟가락으로 밑을 팠지만, 우유가 없다. 쪼르르 주방으로 빙수 그릇을 가지고 가서,

"사장님 ,  우유가 없어요." 했더니,

"아이고 우유가 없네" 하면서 쪼끔 부어주셨다.


남편은 팥빙수 맛이 평범하지만 여기 분위기가 독특하니 한 번은 올 만하다 했고,

나는 팥빙수가 참말로 맛있다고 대답했다.

팥빙수 가게에서 예쁜 사진  많이 찍고 15분 거리에 있는  백련사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바다가 보고  싶었다.

절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산책을 했다.

숲길은  5월의  잎이 무성한  나무들로 풍성하고  간혹  보이는  바다는 맑은 날씨로 시야가  굉장히  좋아 시원스러웠다.


시원한 바다를 보니 입원기간 6인실의 혼탁함과  소란스러움에 힘들었던 병원 생활과 집에 칩거한  기간 동안의  답답함이  사라져 갔다.

다음엔 친정 부모님과도  걸어봐야겠다.
산책길이  편도 20분 정도  되어 식사 후 걷기 좋을 듯하다.

남편과 이런저런  담소로  웃음이 나오는 예쁜 산 길을  걸으며 행복했다.

저녁은  40분을 달려 초읍 어린이 대공원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삼광사  연등 야경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광사  연등?
이라며  시큰둥하던  남편에게 CNN 선정 한국 관광명소 라며 소개한다. 역시나 별 기대감이  보이지 않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삼광사로 가는 차가 너무 많아 오도 가도  못한다는 정보가 있어 초읍대공원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우린 걸었다.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고 한다.

점점 어두워지는 길을 걸으며 도착한 절 입구.

남편은 수많은 연등에 "와 ~ 볼만하네."라고 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CNN이라니까~^^

진짜 연등이  엄청나게  화려했다.

딸기 같은 빨간 연등이 예뻤다.

절 규모가 이때까지 본 절 중에 최고봉이었다.

중간 길에 "연등 만 원이에요." 하며 연등을 달아보라는 보살님께 눈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매출이 수십억은 될듯한 연등들 속에 나의 소원까지 달아놓긴 싫었다.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는 완벽한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
나는  좀 더 조용한 절에 나의 소원을 적어 기도해야지!

수술  후 몸을  회복한 뒤 하는 첫  외출은  일정이 바빴고,  모두 훌륭했다. 시간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가성비 좋게 정말 정말 잘 놀았다.
기분이 최고로 좋다.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5월 첫째 주  주말이다.

다음 주 친정 부모님과의  외출도 즐거움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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