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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Oct 19. 2020

산에 나무하러 가자!_수락 캠핑가든

가을 캠핑 2 _2020.10.17 

저녁에 산보를 가면 남편과 함께 아파트 정원에 널브러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처음부터 나무를 주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남편이 갑자기 주섬주섬 나뭇가지들을 주워 담기에 


"왜 그래?" 

"이런 거 주워가서 불 지피면 된대.."


남편은 다가오는 주말에 가는 캠핑장에서 화로대에 사용할 나뭇가지들을 모으려는 심산이었다. 처음에는 장작을 사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남편이 그렇게 나뭇가지들을 모아가서 불을 피우면 된다는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 우리는 어느새 밤마다 아파트 주변을 뒤지는 습관이 생겼다. 앞을 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땅바닥을 보며 여기저기를 기웃기웃... 

아파트는 나무들이 크지 않다 보니 주울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너무나 가늘었다. 오래 불에 탈것 같아 보이질 않았다. 남편이 아무래도 좀 그럴 것 같았는지 온라인으로 숯을 배송시켰다. 하지만 장작은 왠지 그동안 밤마다 주워 모은 나무가 아까워서인지 선뜻 돈을 주고 사기가 그랬다. 일단 가서 한번 테스팅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우리는 올해 들어 두 번째 캠핑을 떠났다. 동네에서 주워 모은 나뭇가지 두 박스와 함께!

(토요일 아침 혼자 공원 산보를 가서 나무를 더 해오는 나를 보면서... 이게 캠핑에 미친 건지 나무하기에 미친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사이트를 구축하자마자 우리는 화로대를 세팅하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 따뜻한 가을 햇살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우린 우리가 열심히 주워 모은 나뭇가지의 효용가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생각대로 나뭇가지는 너무 빨리 타버렸다. 한 상자가 한 시간도 채 되지 전에 다 타버렸다. ㅠㅠㅠ 


주변 사이트들 대부분이 굵은 장작을 태우고 있다. 에휴... 그냥 돈 주고 살 걸 그랬나 보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함께 캠핑장 인근을 둘러보기로 했다. 등산로를 따라 걷다 우리는 유레카를 외쳤다. 산에 지천으로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ㅎㅎㅎ 다시 사이트로 돌아가 박스를 들고 장갑을 끼고 산을 올랐다 


산에 나무하러 가자.... 


어릴 적 산에서 나무를 해 본 적이 많다는 신랑은 신이 나서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았다. 십여분이 지나지 않아 박스는 한 가득히 되었다.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사이트로 돌아와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넉넉한 마음으로.... 


이렇게 우리의 두 번째 가을 캠핑은 저물어 갔다. 덕분에 춥지 않게 저녁을 보냈고 다행히 이번에 선택한 캠핑장은 열하일기를 떠오르게 할 만큼 청천벽력과 같은 소음이 우리의 밤잠을 설치게 하지도 않았다. 지난 주보다 더 보강된 잠자리는 우리의 두 번째 가을 캠핑을 안락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지도 않았다. 다시 보드게임을 했고 조금 더 보강된 조명등 아래에서 말이다. 


아들의 기말고사 때문에 우리의 세 번째 캠핑은 11월로 미루어졌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집에 돌아와 십여 년 전에 샀던 조명등을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았다. 이젠 조명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다음 캠핑까지는 한 달 여가 남았으니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나무를 하게 될지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아니면 다음 캠핑장 주변 산에도 나무를 하러 가게 될지도 모르리라... 


11월의 캠핑은 얼마나 추울까? 캠핑장에서 조수석에 난로를 태우고 떠나는 캠퍼를 봤다... 세상에...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진 않지만 추운 날씨에도 캠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그 캠퍼의 조수석 난로가 살짝 이해가 되긴 한다. 


핫팩을 많이 가져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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