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좀 쉬어가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글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발행한 글 두 편이 어딘가에 노출되면서 조회수는 계속 네 자리였다. 새로운 글을 쓰지 않는데도 조회수가 높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하다. 뭐랄까, 내가 쉬는 동안 내가 써둔 글들이 열일하는 느낌이랄까.
일주일쯤 지나 조회수가 줄어드나 싶었는데, 오늘(10월 12일)은 다른 글의 라이킷 알림이 많이 왔다. 그 글은 <잊지 않으려고 꺼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양민 학살에 대해 듣고 그 폭력의 연장선을 따라가다가 한강 작가의 책을 읽게 된 이야기였다. 발행한 지 1년도 넘은 글이었는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브런치 메인에 관련 글들이 올라간 것 같다.
이 글에서 나는 그녀의 작품 <소년이 온다>로 시작해서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될까를 고민했다고 썼다. 글을 쓰는 사람은 따로 정해진 게 아닐까, 그녀는 나 같은 사람과는 전혀 다른 영혼을 가진 게 아닐까, 나 같은 사람은 쓰기보다 읽기에 충실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다. 노벨문학상 받을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 생각하다니.
글에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후 인터뷰 모습을 보고 너무 피곤해 보여서 보약 한 상자 사 드리고 싶다고도 적었었는데,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한 인터뷰를 보니 그때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고 침착한 모습인 걸 보면 정말로 나 같은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영혼의 소유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건강 잘 챙기셔서 좋은 작품 더 많이 써 주시면 좋겠다.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덕분에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라이킷을 받고, 구독자도 늘었다. 그리고 동시에 2주 이상 글 발행을 안 하면 받게 되는 글쓰기 근육 어쩌고 하는 알림도 왔다. 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딸아이(초4)한테 용돈을 만원 줬더니 놀러 나갔다 들어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과자 한 봉지를 사 왔다. 물론 이 과자는 나 보다 딸아이가 더 많이 먹겠지만 나를 생각해서 고른 그 마음이 예뻐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좋아하는 과자를 핑계 삼아 더 좋아하는 술을 한 잔 마셨다.
글을 쓰지 않으면 이런 행복한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게 된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행복한 시간들을 잊지 않기위함인데 자꾸만 그걸 잊어버린다. 다시 생각나게 해 준 한강 작가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