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는 이러지 말자

남편의 귀국

by 클로드

말레이시아로 한 달 살기를 왔다. 남편, 아이, 나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와서 우당탕탕 적응기를 보내고 새로운 경험에 함께 즐거워했다. 2년 전 나트랑 때는 아이와 내가 먼저 오고, 남편이 후반부에 왔었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서 남편이 전반부를 함께 하는 일정. 한 달 살기의 첫 세팅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든든했다. 적응기간이 가장 힘든데 그 시기를 한결 수월하게 해냈다.


그리고 예정된 열흘이 정직하게 지나갔다. 남편의 귀국 때가 온 것이다. 남편도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중간에 중국 일정도 있어서 온전한 한 달을 함께 할 수 없었다. 일정 상 후반부가 아닌 전반부를 함께 하기로 택한 것이었다. 한 달 중 열흘, 후반부가 아닌 전반부. 나는 블록 맞추듯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미묘한 상황과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이토록 딱 들어맞는 단순함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편의 귀국날이 다가올수록 내 마음은 바빠졌다.

'이 사람에게 이곳 음식 한 가지라도 더 맛 보여야지. 새로운 곳 한 군데라도 더 가봐야지.'

남편의 마음도 반대쪽에서 바쁘게 불어왔다.

'얘네들이 나중에 짐 무겁지 않도록 내가 최대한 많이 들고 가야지. 나 없는 동안 마실 생수를 미리 쟁여둬야지.'


귀국 이틀 전부터 남편과 나는 틈만 나면 쳐진 눈꼬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다시는 이러지 말자."

해외에서 헤어지는 마음이 무척 아쉬웠던 것. 한 달 살기의 후반부를 함께 보내고 셋이 귀국하는 것과 전반부를 함께 하고 남편 먼저 귀국하는 것은 단순히 순서의 차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와 아이 입장에서는 낯선 곳에서 이제 막 시작한 새로운 일상에 그가 뚝 떨어져 나가는 것. 남편 입장에서는 객지에 조그마한 저 둘만 놔두고 먼저 집에 가는 것.


그렇게 남편의 귀국날이 되었다. 우리 셋은 쿠알라룸푸르의 공항 열차가 다니는 센트럴 역까지 함께 갔다. 캐리어를 끌고, 한국의 두툼한 외투를 옆에 끼고 걷는 남편의 뒷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센트럴 역에서 미리 수하물 체크인을 위해 혼자 게이트 너머 카운터로 가는 남편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국경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미리 눈으로 보는 듯한 기분.


나는 아이가 울 줄 알았다. "아빠 안 가면 안 돼?"라고 며칠 전부터 서운함을 비치던 아이였다. 헤어지는 장소에서 우리 셋은 포개어져 꼭 끌어안았다. 돌아서서 헤어지며 걸음을 옮길수록 눈물이 차오른 건 나의 눈이었다. 몇 번을 뒤돌아 손을 흔들고,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손을 흔들며 우리는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금세 나와 아이가 탈 지하철이 왔고, 우리는 빈자리에 얼른 앉았다.

"엄마, 이제 아빠 3주 동안 못 보는 거야? 아빠 보고 싶어."

아이의 말에 장전되었던 내 눈물이 결국 흐르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외국의 지하철에서 사연 있는 여자처럼 주섬주섬 티슈로 눈물을 닦았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내 팔을 쓰다듬더니 이내 장난스러운 말투로

"엄마 눈도 빨갛고 코도 빨개. 볼도 빨갛고 그냥 다 빨개~"

하며 놀려댔다. 다행이었다. 운건 나여서. 엄마를 놀릴 만큼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남편은 밤 비행기를 타고 다음날 이른 아침 한국에 도착했다. 30도의 쿠알라룸푸르를 지나 영하 10도의 한국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한 한국은 눈세상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다른 곳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겠지. 나는 한국의 남편 일상을 떠올리고, 남편은 함께 지낸 이곳에서의 나와 아이를 떠올리겠지. 우리가 오늘 어디에 갔고, 뭘 먹었다고 이야기하면 남편은 "아~ 거기~" 하면서 끄덕이겠지. 한 때 함께 했던 찰나와 같은 기억과 함께.


누가 보면 고작 몇 주로 이리 청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보낸 외국에서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깊은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감당해야 할 무게가 생겼다. 셋이 되었다 둘이 된 이 시간, 아이가 허전함을 커다랗게 느끼지 않도록 열심히 채워줘야겠다고. 나도 낮에 혼자 돌아다니는 시간을 알차고 씩씩하게 보내야겠다고. 그 첫날을 보낸 어제, 늘 남편이 들어주던 가방을 이제 내가 들며 첫 무게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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