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선우정아 - 고양이(Feat. 아이유)
다시 생각해봐 이게 우리 최선은 아닐 거잖아
왜 애써 네 맘을 숨겨 자 나를 봐 이렇게 금방 낚이는 시선
좀 더 가까이 그렇게 말고 이렇게 포근하게
작은 내 심장 소리에 감동하게 함께 좀 더 있자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난 외로웠 아니 심심했어
어차피 넌 늦었어 분명 후회할 걸 뒤돌아 선 순간부터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한 번 빠지면 답이 없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 걸
가까이 삭막한 네 하루에 마법을 걸게
나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다 난리 나던데?
너 가버린대도 괜찮아 나 좋다는 인간들이 널렸음
아쉬울 게 뭐 있어 너만 손해인 걸 뒤돌아 선 순간부터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눈 마주치면 게임 끝이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 걸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한 번 빠지면 답이 없지 (답이 없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 걸 (그럼그럼 그럼그럼)
다시 생각해봐 다시 생각해봐
https://youtu.be/2KEg-ulfMso?si=QJwkIKzC9e1zOOcA
처가에서 키우는 미미라는 녀석입니다. 네 살, 암컷이고요. 미미 인형을 좋아하는 처조카가 이름을 지었어요. 그래서 자기가 공주인 줄 아는 걸까요. 안면을 튼 지도 삼 년이 넘었는데 도통 아내와 제게는 곁을 주지 않습니다. 요염하게 장인어른 무릎을 떡하니 차지하고는 이놈은 내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말이죠. 사람 가려 가면서 태도를 달리하는 게 요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 어쩌면 당연한 걸까요. 장인어른은 털 날린다며 입버릇처럼 갖다 버리라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란 걸 가족 모두가 알죠. 미미가 가출해서 수로에 빠진 날 허둥지둥하며 다급하게 미미를 건져내신 분인 걸요. 츄르를 보관하는 서랍을 뒤지면 눈치를 채고 달려와 야옹거립니다. 물론 다 먹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쿨하게 사라지죠. 종을 치면 간식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는 신나게 종을 두드리는 걸 보면 지능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잠깐 열린 문틈으로 수십 번도 넘게 가출했지만 결국엔 귀소하는 것을 봐도요. 지능이 높은 고양이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해결할 줄 안다고 해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스킨십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늘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집사를 관찰하곤 합니다. 거리 두기와 밀당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가 막힌 적정선을 유지하고 살아가죠. 마치 적당한 거리 두기가 자신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요. 애정하는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했다가 머지않아 싫증이 나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호감의 상대에게 자석처럼 이끌리는 것은 본능이지만 정신 못 차리고 코 앞까지 가까이 가 본 사람은 알게 되죠. 빈틈없이 밀착하게 되면 얼굴에 난 잡티까지 보이고 때론 불쾌한 땀냄새까지 맡게 된다는 것을요. 예를 들면 가족과 같이 상대방의 치명적인 단점도 공유해야 할 만큼 당위적인 관계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형성하는 대부분의 관계는 자신의 의지로 서로의 포지션을 정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관계의 고수란 사람 사이에 딱 알맞은 간격에 대해 아는 사람이에요. 권태에 이르지 않으면서 기분 좋은 긴장을 늘 유지하는 사람 말이에요. 아내와 저는 연애할 때도 밀당이라는 걸 할 줄 몰랐어요. 쉬지 않고 상대를 당기기만 했죠. 자기감정에 대한 솔직담백함이 진정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고,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좋은 곡일수록 적당한 템포 조절과 환기, 변화 등 노래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가 다분합니다. 밀당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끌더군요. 장갑 낀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조심스럽거나 소극적이면 자칫 관계를 망칠 수도 있더라고요. 미미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여러 남자 울리고 다녔겠죠. 아내와 저를 밟고 지나다니고, 윤기가 잘잘 흐를 정도로 뽀얀 털을 잘 관리하니 자존감도 굉장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존재를 매력적으로 꾸미는 요소 중 하나는 자신감이에요.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품격을 유지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마련입니다. 미미의 경우엔 지나치게 도도해서 문제이지만요.
미미는 터키시 앙고라 종의 유전적 요소 때문에 두 눈의 색이 다른 오드아이를 갖고 있습니다. 신비한 오드아이를 처음 봤을 때 옅은 갈색과 파란색 눈동자가 각기 다른 기능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만화를 많이 본 부작용이었을까요. 예를 들면 투시를 한다거나 영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사람을 확 홀리는 능력이 있다고 상상해 보았죠. 오드라는 단어는 '이상한', '홀수의', '외짝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대다수와 다르다는 것은 우월함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열등으로 분류될 수도 있잖아요. 어떤 사회든 전체와의 차별성은 위협과 배척의 대상이 되고야 말죠. 그래서 오드아이 역시 희귀한 아름다움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짝눈이라고 놀림당하며 거부의 아픔을 겪었을 거예요. 어쩌면 남들은 절대로 모르는 그 상처와 아픔이 색이 다른 두 개의 눈을 더 아름답게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죠. 'All cats are grey in the dark.' 어둠 속의 고양이는 모두 잿빛으로 보인다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을 포장하고 있는 외모도 한 꺼풀 벗겨 내면 거기서 거기이고 본질은 내면에 담겨 있기 마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