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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재윤 Jul 16. 2022

가다가 지치면 쉬어 가면 된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글쓴이 주: 죽기 살기로 살아왔지만 여전히 먹고살기 힘든 5, 60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던지는 삶과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입니다. 쌀장사로 20년을 살아온 제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있습니다.      



가다가 지치면 쉬어 가면 된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가는 데 까지 가거라

가다가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규동의 시 해는 기울고 중에서이다.


이 시는 책에서 본 것이 아니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옆 호호 복국에 배달을 갔다가 본 것이다. 시는 배경 그림을 바탕으로 조그만 액자에 들어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가끔씩 꺼내 본다.


그렇다. 가는 데 까지 가 보는 것이다. 가다가 지치면 쉬엄쉬엄 가면 된다. 박목월 선생이 미리 말씀해 놓지 않았는가.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인생길은 나그네 길이다.     


전에 우리 가게에서 나를 도와 같이 일을 했던 황필우 대표가 생각난다. 지금은 울진에서 있는 수산물 경매시장에서 경매업체 사장이 되었다. 우리 가게에서 근무하는 동안에 형님, 동생 하면서 서로 즐겁게 일했다.

어느 날 일과를 마치고 우리는 노닥노닥 우스개 소리를 하며 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들은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이다. 나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방송인 강호동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조혜련이 패널로 출연했다고 한다. 그때 강호동 씨가 조혜련 씨에게 ‘인생에는 실패란 없고 성공과 과정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어느 날 그 말이 생각이 났는데 되뇔수록 매우 감동적이더라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우리가 마라톤을 해서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다. 달리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남보다 느릴 수는 있어도 중도에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생살이에서는 정해진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을 과정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에는 크든 작든 각자의 목표가 있다. 마음에 정한 그 무엇을 쉽게 이루어 내는 사람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해내지 못해서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실패는 영원히 포기해버리지 않는 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대 청년들을 N포 세대라고 한다.      


처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했다고 해서 3포 세대라고 불렸다. 그런데 여기에 ‘집’과 ‘인간관계’를 더해서 5포 세대, 또 ‘꿈’과 ‘희망’까지 다 포기해서 7포 세대라 한다.

참고☞☞ 중앙일보 2015.04.30 14:18

2030 세대 80% "5포가 아니라 7포 세대예요" / 이소아 기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17708129


불행하게도 7포 세대가 끝이 아니다. 여기에 ‘건강’과 ‘외모’를 더해서 9포 세대라 하고, 끝내는 ‘삶’까지 포기하면서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해서 아예 N포 세대라 부른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요즘에는 캥거루 족이 유명하다. 이미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부모에게 의지해서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부정적인 말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닌 듯하다.     


비슷하게 일본에는 사토리 세대가 있다. 사토리 세대(悟さとり 世せ代だい, 사토리 세다이)는 일본이 장기불황이 시작되던 1990년대 생으로 지금 20대나 30대 청년을 부르는 말이다.

사토리 세대들은 선배들의 실패를 보아 온 세대들이다. 선배들처럼 굳이 명문 대학을 가려고 하지도 않고, 대기업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도 별 무관심이다. 자신들이 살던 지방의 근교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한다.           


‘기생 독신’이라는 말도 있다. 영어로는 ‘parasite single’이다.

parasite(기생충, 식객)는 그리스어 parasitos에서 나온 말로, para는 “beside(옆에)”, sitos는 “food(음식)”를 뜻한다. 음식 옆에 붙어 있으면서 주인과 같이 먹는다는 뜻이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기생 독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539995&cid=43667&categoryId=43667     


영국에는 키퍼(kippers)가 있다.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의 첫 글자를 따온 이니셜이다. 은퇴한 부모님의 퇴직저축을 축내는 젊은이라는 뜻이다. 어느 정도는 자의로 부모의 곁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캥거루족과는 조금 다르다.     


요즘 우리 같은 자영업자뿐 아니라 젊은 청년들이 사는 환경이 너무 어렵다. 그런데 5포 세대니, N포 세대니 하는 현상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의 출발은 내가 청년이던 2,30년 전 시절에도 있었다. 국가부도 사태를 선언하고 IMF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신청을 발표한 것이 1997년 12월 24일 아닌가. 25년 전 내 나이로 보면 벌써 스물아홉 살 때 일이다. 주변 선배나 친구들 중에서도 마흔이 넘어서 결혼했거나 아직 총각으로 계시는 분들도 제법 있다. 연애,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들이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선 세대들은 우리 청년들을 자립심이 부족하고 참을성이 없고 쉽게 포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왜 청년들 탓을 하는가? 지금의 현상을 만들어 준 것이 기성세대들 아닌가.


식당에서 만나는 청년 사장들을 보면 우리 청년들도 지금의 윗세대만큼 현명하고 똑똑하다. 그들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다. 그들을 믿고 응원하자.     


청년들이여!

쉬엄쉬엄 가더라도 포기했다고 하지는 말자.      

느릿느릿 가더라도 아예 멈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생이란 길은 외줄기이고 삼백리나 남았다. 쉬엄쉬엄 느릿느릿 가다 보면 새 길이 보이고 같이 걸어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같이 가면 된다.   





-by 하재윤-

글쓰기 프로젝트     


가제: 쌀장사 20년, 인생은 아름다워!

부제: 외롭고 높고 쓸쓸한 당신에게..     


들어가는 말     


목차          


제1장. 인생은 닥치는 대로 사는 것.            

제2장. 장사는 힘들어.                    


제3장. 세상이 만든 질서에서 벗어나기.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라.      

■현재 글☞☞가다가 지치면 쉬면 된다.     

인생은 로드무비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더글라스 대프트. 코카콜라 회장의 신년사     

버틀란트 러셀에 의하면               


제4장. 내 인생의 주인 되기.

제5장. 인생은 한 방향으로 버티는 힘이다.

제6장. 인생,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에필로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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