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탄생화
나는 느릅나무입니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 향기를 내뿜지도 않지만 오래전부터 사람 곁을 지켜온 나무이지요.
내 이름은 Ulmus davidiana var. japonica.
봄이면 작은 연둣빛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에게 쉼터를 내어주며, 가을이면 바람 따라 날개 달린 씨앗을 퍼뜨립니다. 나는 늘 그 자리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계절과 세월을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사람들은 내 뿌리껍질을 벗겨 유근피(榆根皮)라 불렀습니다.
효능: 해열·해독 작용이 있어 몸의 열과 독을 내려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부종을 가라앉히며, 위장 장애와 피부 질환(종기, 습진, 가려움)에도 쓰였습니다.
부작용: 그러나 약이 귀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쓰면 안 되지요. 오랫동안 과다 복용하면 위장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약은 귀하되, 지나침은 금물”이라 일러주었지요.
사람들은 나를 두고 ‘고귀함’이라 말합니다. 아마도 수백 년을 꿋꿋하게 버티며 마을을 지켜온 모습 때문이겠지요. 나는 화려함보다도 든든한 그늘과 안정감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여름날에는 시원한 쉼터가 되고, 겨울에는 장작이 되어 따스함을 전하며, 때로는 약재로 몸을 치유하는 삶. 그것이 내가 가진 고귀함입니다.
내 이름 속에도 세월이 깃들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나를 ‘너릅’ 혹은 ‘나릅’이라 불렀습니다. 《훈몽자회》(1527) 같은 옛 문헌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지요.
‘너릅’이라는 말은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실제로 내 몸은 세로로 갈라지고 거칠어 손으로 만지면 까끌까끌하지요. 그 특징이 곧 내 이름이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발음이 바뀌어 오늘날 ‘느릅나무’로 불리게 되었지요.
이름조차도 내 껍질처럼 굳세고,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9월 5일, 내 이야기를 읽는 당신도 알지요.
우리를 진정 지탱하는 힘은 눈부신 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뿌리라는 것을요.
오늘 하루, 당신 곁에도 내가 서 있기를 바랍니다.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소중한 이들과 함께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당신 또한 고귀한 삶을 살아가기를.
— 느릅나무 드림 �
https://youtu.be/I8_iqE9BHc4?si=Z2du_UApBzbYcKt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