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탄생화
나는 한련화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모종을 사다 심어도, 씨앗을 뿌려도, 처음에는 기특하게 잘 자라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잎은 해충에 갉아 먹혀 숭숭 구멍이 뚫리고, 줄기는 힘을 잃어버린다.
반려식물로 삼고 싶었지만, 결국 해충들의 먹잇감이 된 채 나와의 동거는 언제나 실패로 끝났다. 그래서 한련화는 늘 아쉬운 꽃,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꽃이 되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곤충들에게도 매혹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잎은 연약하고 부드러워 쉽게 갉아 먹히고, 꽃과 잎에서 풍기는 겨자 향 같은 매운맛은 사람에게는 상큼하지만, 벌레들에게는 강한 자극이 되어 오히려 나를 더 끌어들이곤 합니다.
그래서 나는 늘 병들어 보이고, 온전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며 연잎처럼 우아하게 뽐내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지만, 현실은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원래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자락에서 태어난 꽃입니다. 16세기말, 유럽으로 전해지며 화단과 정원 속을 수놓았지요.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원예종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에서는 내 둥근 잎이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한련화(旱蓮花)’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마른땅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꽃’이라는 뜻이지요.
학문적으로는 Tropaeolum maju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꽃말은 승리와 용기, 충성, 그리고 애국심입니다.
깃발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꽃잎이 전사의 전리품을 떠올리게 한다 하여 붙여진 상징이기도 합니다.
나는 단순히 보기만 좋은 꽃이 아닙니다.
허브로도 쓰이지요. 내 잎과 꽃은 겨자 향이 나는 독특한 매운맛을 지녀 샐러드에 올리면 상큼한 풍미를 더합니다. 씨앗은 절여서 ‘케이퍼 대용’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비타민 C와 철분이 풍부해 예로부터 피로 해소와 면역력 증진을 돕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위에 자극이 될 수 있고, 임산부나 신장이 약한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당신을 속상하게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기억해 주세요. 나는 단지 약한 꽃이 아니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라는 것을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그 따뜻한 시선 속에서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나의 짧은 삶과 상처투성이의 잎에도 꺾이지 않는 힘이 있답니다.”
오늘도 나는 연잎 같은 둥근 잎을 펼치고, 다채로운 꽃잎을 흔들며, 당신을 향한 나의 고백을 피워 올립니다.
https://youtu.be/BPfZcwrv_Io?si=ROT_1SPyopZNXD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