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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15. 2024

해고에 대한 걱정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92일 차, 20200617

알게 모르게 찾아오는 불안감이 생겼다. 다행이다 다시 불안감을 느껴서.

스스로 진단한 정신 질환 같은 건지, 나는 불안감이 생기지 않으면 불안해서 곧 다시 불안함을 느낄만한 상황이나 생각을 찾아낸다.


불안한 마음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병신 같은 자랑.


한국에서 계속 지냈다면 잘 느끼지 못했을, 혹은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느꼈을만한 이번 불안감은 바로 해고에 대한 걱정이다.

얼마 전부터 이유는 모르겠는데 계속 회사에서 잘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로 단축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 이후 회사에 기여한 바가 굉장히 적다고 느끼고 있고

기여한 바가 적은 만큼 내가 이 회사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더욱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높기만 한 독일어와 독일법의 장벽은 나와 독일변호사들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어 성장의지를 단번에 가로막는다.


쉽게 말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노력하고 싶은 분야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해나가는 상황은 한국에 지낼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넘어온 독일 땅인데, 같은 고민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를 더욱 처참하게 만든다.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지만, 불만만 하고 있는 나는 그 용기가 부족하여 게으름에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지기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일기라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분명 이 글들이 많은 공감을 이끌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90회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그냥 내 지인들이 가끔 내 안부를 확인하는 정도.

모두 다 잘할 순 없지만 하나도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감이 크게 든다.


본질이 없다는 것, 허상만 늘린다는 것. 이야기에 대중이 없는 것.

말만 하고 행동이 없는 것. 게다가 말도 생각도 없는 것.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자질들이다.

이 모든 자질을 가득 담고 있는 내 모습.

잠에서 깨지 말자. 현실이 시작되니까. 그런데 새벽 4시부터 햇살이 다시 날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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