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절제

라시도에게

힘이란 무엇일까? 힘이 있다는 건 단순히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아. 근본적으로 힘은 타인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해. 예를 들어, 친구들이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너희가 가지고 있다고 하자. 너희가 그 장난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친구들에게 그 장남김을 가지고 놀 기회를 허락할까? 그 대신 뭔가를 요구할까? 하는.

힘은 좀 더 조용히 생길 수도 있어. 만약 너희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너희는 그 사람에 대한 힘을 가지게 돼. 너희도 상대방을 좋아한다면 물론 그 힘은 줄어들 거야. 서로 상쇄하거든.

힘은 지위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란다. 힘은 관계 속에서 생겨. 어떤 사람은 너희에게 의존할 수 있지만,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을 테니까.

힘은 사람을 부패하게 할 수 있어.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힘이 생기면 사람들의 상황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대. 힘이 생기면 타인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과 규율에 대해서 구속받지 않고 행동하게 된대. 그렇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면서 자기는 예외라고 생각하기 쉬운 거지.

그렇다면 힘을 가지는 게 되는 걸 항상 피해야 할까? 힘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너희가 굳이 힘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너희의 역할, 성향, 상황 때문에 주어질 수도 있어.

삼국지연의에 보면 그런 상황이 그려지기도 해. 유비는 힘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황제의 후손이라는 이름, 그리고 그의 성품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에게 힘을 쥐어 줘. 물론, 역사적 인물인 유비가 정말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힘은 남들이 너희에게 줄 때도 있는 거야. 그런 경우도 받아들여야 하겠지.

그래서 너희가 키워야 하는 능력은 힘이 있을 때 그 힘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절제와 온유함이야. 쓸 수 있지만 쓰지 않는. 남들을 통제할 수 있지만 통제하지 않는. 그러면, 너희에게 주어진 힘이 너희를 부패시키지 않고, 건강한 리더로 만들어 줄 거야.

이게 쉽지만은 않겠지? 그러니까 습관이 되어야지.

그래서 아빠는 너희가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사지 않을 수도 있고, 놀 수 있지만 놀지 않을 수 있고, 먹고 싶지만 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해.

좋은 물건을 살 수 없고, 놀 수 없고, 먹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있지만, 즉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위와 능력이 있지만, 그것들의 사용을 절제할 수 있는. 그래서 힘이 너희를 부패케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