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타인에게 시간을 여유롭게 쓰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는 자산이야. 모두에게 매일매일 86,400초가 주어지지만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각자의 몫이야. 그래서 잘 써야 해.
대학생 때 작은 방황 아닌 방황을 하며 아빠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을 낭비하지 말자.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일들에 시간을 너무 쓴 것 같아. 피시방에서 디아블로2로 허송세월했는데, 생각해 보니 거기서 만렙을 찍지도 못했어. 뭐든 열심히 하지 않았던 거 같더라.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했었어. 뭐든 최선을 다 하자. 부엌일이라도. 청소라도.
그렇게 시간은 소중한 자산인 거야.
그러니까, 그것보다 더 귀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는 어렵겠지?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아빠는 말이 따뜻한 사람이 아니야. 표정도. 사실 생각도 따뜻한지도 모르겠어. 때론 너무 차갑게, 상대에게 훅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어. 그게 아빠 성격이고, 성향인데 어떻게 하겠니. 따뜻하게 생일을 챙겨주고, 뭐 그런 일은 훈련이 안되었어. 그렇지만 마음속은 따뜻한 사람은 되려고 노력해.
이렇게 생각해 볼까? 사람들에게 돈을 선물한다고 치자. 그게 시간을 할애해 주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돈이 남들보다 더 많아. 그럼 그 사람에게는 돈을 나눠주는 게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한 걸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시간은 모두 똑같이 가지고 있거든. 그러니까 남들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기 위해서는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내 걸 내가 쓰지 않고 타인에게 주어야 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할애해 주는 것만큼 공평하고 가치 있는 일이 없겠지?
아빠는 삶의 원칙 중 하나는 타인이 나에게 시간을 요구할 때 가능하면 거절하지 말자야.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너희도 타인에게 시간을 여유롭게 줄 수 있길 바라.
너희 아빠가